검은 마스크
2021년 01월 11일(월) 05:30 가가
요즘 코로나19가 덮친 거리에서 사람들과 옷깃을 스치며 걷다 보면 ‘마스크로 감춰진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하는 궁금증이 들 때가 있다. 큼지막한 마스크로 가려져 코와 입 그리고 자세한 얼굴 윤곽은 알 수가 없지만, 선명히 드러난 짙은 눈썹과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마스크 안에 감춰진 얼굴’이 머릿속에서 절로 그려지곤 한다. 물론 매력적인 눈만큼이나 나머지 얼굴도 멋지게 생겼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상상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유일하게 감정이 드러나는 눈을 보고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엔 상대를 바라보며 ‘코와 눈이, 얼굴이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얼굴의 모든 것이 이미 명백히 드러나 있는 만큼 추가로 궁금해 할 이유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낯선 상대의 감춰진 얼굴에 궁금증을 품게 된다’는 점에서 마스크는 단순한 ‘방역 수단’을 벗어나 일종의 ‘미디어’로서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모든 종류의 미디어를 ‘전달하는 정보의 정밀도와 수용자의 참여도’에 따라 ‘핫(hot) 미디어’와 ‘쿨(cool) 미디어’로 구분한 1960년대 캐나다의 미디어 비평학자 마셜 맥루한이라면 이를 어떻게 보았을까? 아마도 ‘보는 이들의 감정과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마스크를 ‘수용자의 높은 참여도를 요구하는’ 쿨미디어로 분류하지 않았을까? 마스크가 얼굴에서 눈 이외의 부분을 텅 빈 여백으로 처리함으로써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이다. 마스크가 잠시 가려 주고는 있지만 코로나가 사라지면 감춰진 얼굴이 훤히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온갖 장애물 역시 ‘거짓 뉴스와 진영 갈등’이라는 마스크에 감춰져 있지만 결국 민낯이 드러나는 진실의 순간이 온다. 당장 4월부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대통령선거,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차례로 진행된다. 투표함이 열리는 날이 바로 진실의 날이 될 것이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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