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다
2021년 01월 08일(금) 04:00
“화상을 입고 며칠이 지나서야 병원 치료를 받았다.” “화장실에도 못 갈 정도로 쉬는 시간도 없다.” “3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했다.” “기숙사에 바퀴벌레가 득시글거린다.”

이는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이 최근 발간한 ‘광주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삶’이라는 책자에 담겨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하소연이다. 광주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네팔·몽골·방글라데시·필리핀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우리가 기피하는 이른바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분야)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사실상 광주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소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 지역 농업·어업·제조업 등도 이주 노동자가 없으면 버티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은 최소한의 근로조건과 의료 혜택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기숙사는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곳이 많다고 한다. 몽골에서 온 노로브준텐 씨는 “2년 넘게 박스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휴가·조퇴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 출신 기리데비램 씨는 8개월째 식도염을 앓고 있지만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2019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7312명이다. 심각한 고령화와 젊은 층의 수도권 쏠림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광주·전남 산업 현장에서 필수 인력으로 자리잡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는 이주노동자를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의식을 가질 때다. 이제라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생활·근로 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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