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팅
2021년 01월 07일(목) 05:30 가가
마치 신발을 신은 채 발바닥을 긁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조치가 그렇다. 특히 부동산 문제와 검찰·재벌 개혁 등에서 아마추어와 같은 엉성한 조치들이 그랬다. 애초 약속했던 빈부 격차 해소나 사회 전반에 있어 공정한 시스템의 정착 등은 더욱 요원해진 느낌이다.
물론 혁신(革新)이란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의 살가죽을 벗겨 내는 아픔을 감내한 뒤라야 상대방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더라도 비로소 불만이 없을 것이라는 정도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촛불 정신을 계승했다는 이 정부가 자신에게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정당성을 확보, 과거 정부에서 잘못 꺾인 ‘방향타’를 바로잡아 주기를 바랐다.
부동산 문제만 봐도, 법·제도에 있어 수도권과 지방을 서둘러 분리했어야 했다. 인구·물자가 과잉 상태인 수도권과 그 반대인 지방을 똑같은 틀에 가둬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 자체부터 문제였다. 실수요자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정비 없는 공급 정책은 투기 세력에게 먹잇감을 던져 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불로소득에 대한 철저한 징수 없는 규제 정책은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었다. 수억 원씩 오르는 아파트 가격에 위장결혼까지 판을 치고 있는데 정부의 조치는 언제나 허겁지겁 뒤만 쫓고 있다.
검찰 개혁도 그렇다. 기소 독점이라는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제어하고자 했다면 그로 인한 폐해를 알려 국민 공감대를 얻는 것이 우선이었다. 수년간 이어진 법무부와 검찰 간 권력 다툼, 여기에 명분이 약한 법무부 조치로 오히려 현 검찰총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하는 기현상마저 벌어졌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분권 등은 유야무야되고 국가균형발전 역시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주로 컴퓨터에 사용됐던 리부팅(Rebooting)이라는 용어가 최근 ‘어려움을 딛고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제 정부·여당도 리부팅이 필요하다. 잠시 멈춘 뒤 무엇이 문제였나 분석하고 목표를 재설정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국민이 최소한의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부동산 문제만 봐도, 법·제도에 있어 수도권과 지방을 서둘러 분리했어야 했다. 인구·물자가 과잉 상태인 수도권과 그 반대인 지방을 똑같은 틀에 가둬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 자체부터 문제였다. 실수요자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정비 없는 공급 정책은 투기 세력에게 먹잇감을 던져 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불로소득에 대한 철저한 징수 없는 규제 정책은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었다. 수억 원씩 오르는 아파트 가격에 위장결혼까지 판을 치고 있는데 정부의 조치는 언제나 허겁지겁 뒤만 쫓고 있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