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한국인의 밥상은 가난 속 창조…북한음식 못다뤄 유감”
2021년 01월 05일(화) 18:32
프로그램 10주년…“밥이란 생명”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음식찾기”
“무짠지와 오이지를 가장 좋아합니다. 입안을 시원하게 하고 밥맛을 나게 하죠.”

한국인의 뿌리와 정서를 찾아 떠난 맛의 순례, KBS 1TV ‘한국인의 밥상’(사진)을 10년 내리 진행해온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81)은 “일곱 살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갓집에서 자랄 때 많이 먹었다. 가난한 살림살이 때문이었는지 외할머니가 무짠지를 그렇게 먹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프로그램 10주년을 맞아 5일 서면으로 만난 최불암은 “무를 소금에 절이기만 하면 되니 밑천이 안 드는 반찬이다. 나는 지금도 밥상에 무짠지가 있어야 한다”고 웃었다.

최불암이 제작진과 10년간 다닌 거리는 지구 8바퀴에 해당한다고 한다. 매주 전국 팔도 밥상을 찾아다니는 체력의 원천으로는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술 한잔을 꼽았다.

그는 또 한국인에게 밥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해달라는 부탁에 “밥이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에 휘발유가 없으면 못 가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데 우리 밥상은 대부분 가난에서 온 창조적 밥상입니다.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가 가족을 먹이기 위해 궁핍한 식자재를 갖고 지혜를 짜내 만든 것들이죠. 밥상을 받을 때마다 이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어머니들의 지혜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동시에 밥상은 우리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도 우리 밥상을 지켜냈죠. 해외 동포들도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고 우리 음식을 해 먹습니다. 이것이 한국인의 밥상이 가진 놀라운 힘인 거 같습니다.”

10년간 안 다녀본 지역이 없는 최불암이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긴 세월에도 북한에 못 가본 것이라고 한다.

최불암과 호흡을 맞춰온 제작진도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제작진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한결같이 새벽에 밥상을 찾아 떠나며 ‘시청자가 기다리니 나는 아파도 안 된다’는 최불암 선생님께 경의를 표한다”고 인사했다.

“‘한국인의 밥상’은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음식을 찾는 게 관건입니다. 그 음식을 해 먹는 지역 분들은 자신들의 음식이 특징이 있는 거란 생각 자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현지답사를 통해 현지 분들과 오랫동안 얘기하면서 특별한 음식과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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