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정치학
2021년 01월 04일(월) 23:00 가가
레임덕(lame duck)은 다리를 절며 기우뚱기우뚱 걷는 오리를 뜻한다. 흔히 임기 말의 정치 지도자를 비유해 쓰이는 말이다. 임기 막판엔 각종 정책이 좀처럼 작동하지 않는 ‘권력 누수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많은 지도자들이 안간힘을 쓴다. 대규모 인적 쇄신과 과감한 정책 집행을 통해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연쇄 개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단행했다. 이 또한 현 정부가 레임덕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실제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 40%대가 지난 연말 붕괴됐다. 몇 개월 전 부동산 정책 문제로 인해 잠깐 40%대 지지율이 무너진 때가 있긴 했지만, 재임 기간 동안 견고한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여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문 대통령에겐 충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5년 단임제 특성상 차기 대선이 1년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번 민심을 잃고 휘청거리면 레임덕을 막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역대 거의 모든 정권들도 예외 없이 레임덕에 시달렸다. 레임덕이 발생하는 원인은 권력의 속성과 제도적 문제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민심이 정권에 멀어지면서 출발한다. 민생 문제 해결 없이는 임기 말 레임덕은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내놓은 인적 쇄신 카드마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정권은 ‘데드덕’(dead duck: 죽은 오리) 현상에 직면할 수도 있다. ‘권력 누수’를 넘어 사실상 식물 정부 상태인 ‘권력 공백’ 현상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국민과 국가의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와는 반대로 임기 말에 오히려 인기를 구가하는 정권의 사례도 없지 않다. 이를 ‘마이티 덕’(mighty duck: 강한 오리) 현상이라고 한다. 퇴임 직전까지 국민적 지지가 높았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정치 현안은 산처럼 쌓여 있는데,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하산 길에는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고개를 들기보다는 발밑을 봐야 한다. 그래야 넘어지지 않는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많은 지도자들이 안간힘을 쓴다. 대규모 인적 쇄신과 과감한 정책 집행을 통해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연쇄 개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단행했다. 이 또한 현 정부가 레임덕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정치 현안은 산처럼 쌓여 있는데,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흔히 하산 길에는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고개를 들기보다는 발밑을 봐야 한다. 그래야 넘어지지 않는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