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年辭] 연대와 상생으로 코로나 이겨 내고 새 시대를 준비하자
2021년 01월 01일(금) 07:00
전대미문의 감염병,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상서로운 흰 소의 해다. 우리에게 소는 예로부터 한식구나 다름없는 재산목록 1호였으며 풍요와 행운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 상서롭다는 흰 소의 영험함이 코로나와 경제난 및 진영 갈등으로 시름겨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가져다주기를 기원한다.

새해를 열며 되돌아보는 지난해의 잔상은 어둡기만 하다. 코로나가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일상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일단 멈춤’으로 엉망이 됐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바깥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됐다. 경제도 치명타를 입고 휘청거렸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영업 제한 등으로 최대의 피해자가 됐다. 기업의 가동 중단이 반복됨으로써 수출·생산·투자·고용 지표 역시 줄줄이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진 지난 4·15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헌정 사상 최다인 180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광주·전남에서도 18석 전체를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거대 여당은 막강한 의회 권력을 바탕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찰 개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루한 싸움은 국민을 짜증나게 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의결한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은 법원에 의해 효력이 정지됐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다.

지난해 부동산 문제는 내내 이슈가 됐다. 서울에서 시작돼 수도권을 넘어 광주 등 지방으로 번진 부동산 광풍. 정부는 고강도 대책을 수차례 내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투기 수요가 비규제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로 아파트값은 급등세를 보이고 전세난도 심화됐다.

그러나 이제 새해다. 모든 것을 털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절실한 과제는 코로나 조기 극복이다. 우리나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 속에서 봉쇄나 이동 제한 등을 하지 않고도 신속한 검사-추적 조사-치료로 상당 기간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개방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K방역’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전적으로 의료진과 방역 관계자들의 헌신 덕분이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하지만 지난 연말 3차 대유행 과정에서 확진자가 1000명대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방역 체계를 재검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병상이 부족해 수백 명이 자가 격리하며 대기하거나 숨지는 사태까지 속출했다. 역학조사관과 감염내과 전문의 등 방역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따라서 공공 의료 시설과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 지역에 하루빨리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 지방의료원이 없어 감염병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주시의 공공의료원 설립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감염병 위기 때마다 맨 먼저 희생을 강요당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일시적인 재난지원금 대신 기본소득이나 사회 보장 강화 등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한 근본 대책을 본격 논의할 시점이다. 감염병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도 ‘뻔한 선언’ 수준에서 벗어나 보다 면밀한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류 역사가 코로나19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미 오래 전이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기초로 디지털·그린 경제로의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늘 해 오던 방식과 대책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의 뉴딜 정책에 맞춰 광주·전남 지역도 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 디지털 경제 전환 등 사회 전반의 대혁신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국가 균형 발전과 지방분권을 최우선 과제로 정부의 과감한 정책 전환이 있어야만 한다. 올해는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는 해이다. 1991년 지방자치의 본격 시행은 국토 균형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희망의 불빛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은 더욱 가속화되고 낙후 지역은 되레 쇠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광주·전남을 비롯한 호남이다. 더욱이 전남은 저출산·고령화로 전국에서 가장 소멸 위험도가 높은 지역 아닌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를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다시 돌이켜 보면 지난해 소기의 성과도 없지 않았다. 광주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의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 완성차 공장을 착공하고, 인공지능(AI) 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집적단지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빛그린국가산단 등 네 곳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전남도 역시 6년 연속 전국 일자리 우수 자치단체에 선정되고 245개 기업과 4조 9000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맺는 등 일자리·투자 유치에서 큰 결실을 거뒀다.

하지만 공항 이전 문제와 혁신도시 등을 둘러싼 광주시와 전남도의 갈등은 ‘한 뿌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양 지역 간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외 지방정부와 도시의 광역화 추세에 발맞춰 광주·전남 행정 통합이 지역 미래 경쟁력 확보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이뤄지다 보니 혼란만 거듭됐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1년간 용역을 통해 타당성을 따져 보자는 합의에 이르긴 했지만 이마저 군 공항 이전을 민간 공항과 연계해 추진한다는 광주시의 결정에 전남도의회가 용역 예산을 삭감하면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우리는 여기서 양 시도가 소지역주의를 탈피, 양보와 타협의 자세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야 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지자체 간 무한 경쟁의 시대라지만 광주·전남마저 서로를 대결의 상대로 여긴다면 지역 경쟁력 확보는 요원할 수밖에 없고 영원히 낙후에서 벗어날 수 없겠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사업과 행사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줄줄이 취소된 것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연말 들어 역사왜곡 처벌, 진상 규명, 유공자 예우 등을 위한 이른바 ‘5·18 3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를 토대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발포 명령자 등 핵심 의혹 규명에 박차를 가해 5·18의 역사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우뚝 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20대 대통령 선거(2022년 3월 9일)와 민선 8기 지방선거(2022년 6월 1일)가 치러진다. 어느새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선거. 민주주의의 심장인 호남을 대변하는 개혁 정부의 창출과 호남 정치의 부활을 위해 정치권과 지역 사회가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를 이겨 내고 이후 다가올 새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80년 5월 그날처럼 나눔과 연대, 상생과 통합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 아닐까. 더불어 소띠 해를 맞아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시대의 변화를 꿰뚫어 보면서도 소처럼 우직하게 행동하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뚜벅 뚜벅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올해로 창사 69주년을 맞는 광주일보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정론을 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아울러 문화 창달과 지역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를 통해 광주·전남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일조하는 한편 지역민의 여론을 충실히 대변할 것을 다짐한다. 새해 아침,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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