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도청의 무더기 탄흔 ‘무차별 사격’ 증거다
2020년 12월 30일(수) 00:00
옛 전남도청 본관 회의실과 전남경찰국 건물 등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탄흔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지난 7월 처음으로 확인된 것보다 50배 이상 많은 410개에 이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하 추진단)은 ‘5·18 당시 옛 전남도청에 대한 탄흔 조사’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에 본관 회의실과 전남경찰국 뒤편에서 모두 410개의 탄흔 추정 자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또 전남도청 회의실 우측면에서 탄두로 추정되는 금속 물질도 발견, 이달 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이들 탄흔과 탄두에 대한 현장 확인 및 검증을 진행했다.

탄흔이 발견된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맞서 시민들이 마지막까지 항거한 역사적 장소다. 당시 3공수여단 특공대원들은 새벽 네 시께 전남도청 뒷담을 넘어 작전을 개시했다. 바로 탄흔이 다수 발견된 전남경찰국 뒤편이다. 또 전남도청 회의실은 시민군 지도부가 최후까지 항쟁했던 공간이다.

이에 따라 전남도청에는 총탄 흔적이 많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2015년 리모델링 과정에서 회반죽과 페인트로 메워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추진단은 지난 7월에야 도청 본관 1층의 서무과 출입문 위쪽과 회의실로 사용된 건물 외벽에서 여덟 개의 총탄 자국을 발견했다. 이후 적외선 열화상 및 방사선 투과 등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해 탄흔 조사에 나선 결과 무더기로 탄흔 등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80년 당시 최후 항전지였던 옛 도청 일대에서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했음을 말해 준다. 이제 옛 도청 별관과 상무관 등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적 현장인 옛 도청을 본래 모습으로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그날의 진상을 규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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