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세밑
2020년 12월 29일(화) 06:30
한 해의 끝 무렵을 ‘세밑’ 혹은 ‘세모’(歲暮)라고 한다. 예년 같으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으로 부산할 터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전과는 너무 다르다.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난 해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손바닥만 한 크기의 마스크를 착용한 채 살얼음판을 건너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12월 들어서는 코로나19 제 3차 대유행 상황을 맞고 있다. 방역 당국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하루 1000명대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고, 전염력이 한층 강해진 영국발(發) 변이 바이러스가 28일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돼 긴장이 고조된다.

올 한 해 동안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인 문요한 작가는 최근 월간 ‘예향’과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이러한 불안감과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는 코로나에 대한 공포, 경제적 고통, 사회적 격리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 되어 나타나고 있지만, 무엇보다 ‘불확실성’ 자체가 우리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도대체 언제 끝날지, 혹시 다른 변이체가 등장하는 것은 아닌지, 과연 백신이 효과적일지 등 도무지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을 길러 나가는 것이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일 것”이라며 ‘심리적 유연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우연히 백석(1912~1995) 시집을 들춰 보다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시구에 눈길이 멎었다. 바위 옆에 홀로 서서 세한(歲寒·매우 심한 한겨울의 추위)을 견디는 갈매나무에 감정을 이입하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세밑의 답답함을 날려 본다. “…어니(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 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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