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전남 교육, 혁신을 넘어 미래로
2020년 12월 28일(월) 05:00

장석웅 전라남도교육감

“길이 끝난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난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2020년 세밑, 한 해를 되돌아보니 정호승 시인의 ‘봄 길’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찾아와 1년을 고스란히 전쟁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 ‘2020년 전남 교육’을 응축하고 있는 듯하다.

올 한 해 우리에게 사계절은 무의미했다. 오직 코로나의 계절만 있었을 뿐,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온통 코로나19에 묻혀 버렸다. 그 속에서 우리 교육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을 물리치기 위해 ‘비대면’의 일상이 강요되면서 미래가 갑자기 찾아왔다. 그리고, 그 미래와 1년을 동행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전남 교육은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며 위기를 미래 교육의 희망으로 바꾸는 저력을 발휘했다. 길이 없을 것 같은 암울한 상황에서 스스로 ‘봄 길’이 되어 위기를 헤쳐 왔다.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정책과 아이디어로 전국적인 모범을 만들어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오직 아이들만 바라보며, 아이들을 중심에 놓는 교육을 위해 힘껏 달려왔다.

갑자기 시작된 원격 수업이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준비해준 선생님들 덕분에 무난하게 현장에 안착시켰다. 전남의 자랑스러운 선생님들은 ‘전남교실ON.com’이라는 원격 수업 플랫폼을 만들어 전남을 넘어 국내, 나아가 해외에까지 명성을 떨쳤다. 전남 교사 일곱 명이 만든 이 플랫폼은 누적 뷰 200만이 넘는 세계적 사이트로 성장해 기획재정부가 편찬한 ‘코로나19 극복 사례’에 실려 세계에 소개되기도 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추진한 긴급 돌봄 서비스,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사업, 고교생과 학교밖 청소년 비대면 학습 지원금 등도 전국적 찬사를 받았다.

전남 교육이 비록 변방에 위치해 있지만, 그 역동성과 자율성, 그리고 작은 학교가 많은 특성을 잘 살린다면 미래 교육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도 발견했다. 전남 교육은 대부분의 학교가 자연 속에 있어 감염병 예방에 유리하고,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사회적 거리 두기도 자연스레 이뤄진다. 자연 속 다양한 체험 활동으로 효과적인 인성 교육을 할 수 있고, 개별 맞춤형 교육도 한결 용이하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 12월 7일 서울특별시교육청과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함께 추진하기로 업무 협약도 맺었다. 내년 3월이면 서울의 초·중학생들이 전남 농산어촌 작은 학교에 유학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엄혹한 코로나 상황에서도 선제적 적극적 대응으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성취감을 가진 것은 2020년 전남 교육의 가장 큰 성과이다. 코로나 시대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많다. 잦은 등교 제한과 원격 수업 전환으로 빚어진 학습 결손, 학습 격차, 기초 학력 부진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영원히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미래 교육의 모델을 지금부터 만들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늘 강조했듯, 언제나 교육의 답은 현장에 있다. 올 한 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전남 교육 현장의 노력들이 미래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일러준다. 전남 미래 교육의 청사진도 여기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2021년은 그 원년이라 할 수 있다. 2021년의 변화는 더욱 거셀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 대전환기가 도래할 것이다.

전남 교육은 이처럼 중요한 2021년에 교육 대전환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표 아래 네 가지 역점 과제를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 먼저, ‘기초 학력 책임교육 강화’로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둘째 ‘미래를 준비하는 수업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겠다. 셋째, ‘지속 가능한 미래 학교’를 육성해 공교육 혁신의 거점으로 삼고, 넷째, ‘조직 문화와 행정 혁신’으로 위기와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

전남 교육이 역동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혁신을 넘어 미래’로 도약하도록 모든 교육 가족과 함께 새로운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내년에는 우리 아이들이 더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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