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갯벌 천일염 고급화 전략이 답이다
2020년 12월 24일(목) 04:00

김준성 영광군수

초여름 태양이 수평선 가까이 다가갈 무렵의 영광 갯벌에 펼쳐지는 석양 풍경이나 만조시 호수처럼 조용히 일렁이는 물결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그 바닷물과 갯벌에는 어업인들의 삶을 이어주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숨쉬고 있고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태양의 꽃’ 영광 갯벌 천일염도 영글어 간다.

영광 갯벌 천일염은 친환경 소금으로, 다른 유명 소금과 달리 불용분이 적고 게르마늄·칼슘·칼륨·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지금으로부터 626년 전인 1394년 태조실록지리지에는 ‘왜구가 영광군에 침입하였는데 왜선이 10여 척이었다. 소금 굽는 30여 명이 힘껏 싸워 세 사람을 베니 왜구들이 쫓겨났다’는 기록이 있다. 아울러 태종실록지리지(1408년)와 세종실록지리지(1423년)에도 영광군 염전이 언급돼 있다. 그로부터 500여 년이 지난 1914년 영광군의 염소면과 원산면이 통합돼 만들어진 염산(鹽山)면은 ‘소금 산’이라는 뜻을 가진 국내 유일의 소금 지명을 가진 지역으로 그 역사와 전통이 매우 깊다.

시간을 되돌려 현재 소금산업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저염식 식단 확산과 김치·절임 배추 수입 증가, 값싼 수입 소금의 증가 등으로 인해 국내산 천일염 소비가 크게 줄었고 풍력·태양광 개발로 폐전이 확산되어 염전 종사자마저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천일염 산지 가격은 ㎏당 145원으로 2011년 525원에서 8년 새 72.4% 하락했다.

이처럼 소금 산업이 위기에 봉착하자 영광군은 전국 지자체 중 최초초 천일염 수매 사업에 나서 4000t을 수매했다. 천일염 수매제 효과는 곧바로 산지 가격 상승으로 나타났다. 2019년 7월 말 수매 당시 한 포대(20㎏) 값이 2500원이었는데 8월 말에는 3400원, 9월 초 3700원, 10월 초 4500원으로 가격과 수급이 안정화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 현지 생산 어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매제와 병행해 지난 2018년 제정된 조례를 근거로 천일염 생산자 보호를 위해 군비로 경영 안정 자금 1억 5900만 원을 대상 어가 103호에 면적별로 차등 지원했다. 여기에 6월 말부터 유례없는 장마로 피해를 입은 천일염 생산자들에게 경영 안정 등을 위해 군비 3억 4300만 원을 추석 명절 전에 지급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한시적인 지원으로는 이러한 천일염 사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영광군은 ‘영광 갯벌 천일염 고급화 전략’을 수립·시행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조치로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전통 저장 방식을 살리기 위해 지난 12월 7일 염산면 일원에 천일염 볏짚 가마니 장기 저장 시설 네 동을 설치했다. 연간 800여t을 저장해 3년 숙성시킨 후 유통시킬 예정이다. 나아가 앞으로 저장 시설을 20여 동으로 확대해 영광군에서 생산되는 2만여t의 소금을 볏짚 가마니에 저장 후 출하하는 야심찬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천일염 볏짚 가마니 장기 저장 시설은 우리 조상들의 전통 보관 방식인 볏짚 가마니에 착안하여 불어오는 바람과 건강한 햇빛을 이용한 통기·통습으로 간수를 제거한다. 볏짚은 기본적으로 소금이 갖고 있는 염수를 흡수하여 머금고 있다. 또한 소금이 건조할 때는 볏짚이 함유하고 있는 수분이 소금을 촉촉하게 함으로써 시나브로 염수를 제거함과 동시에 감칠맛 나게 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3년 동안 볏짚 가마니에서 숙성된 소금을 20㎏ 규격 가마니 판매는 물론 소포장으로도 유통함으로써 ‘천일염 출하 조절 효과’와 ‘가격 안정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방침이다.

특히 볏짚 가마니로 생산된 천일염은 기존 천일염보다 간수가 잘 빠져 깔끔한 맛이 난다. 옛말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란 말이 있다. 지푸라기는 연약하지만 여러 줄이 모아 엮어지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처럼 민·관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천일염 산업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천일염 산업의 어려움을 거뜬히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메주는 꼭 볏짚으로 엮는다. 발효 과정 중에 ‘고초균’ 이라는 성분이 특유의 맛과 냄새를 내는 동시에 원료 대두의 당질과 단백질에서 유래된 끈적끈적한 점질 물을 생성하여 맛있는 메주가 떠지는 것이라고 한다.

천일염 볏짚 가마니 장기 저장 시설 확충 등 고급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집행하고 이를 통해 고품질 천일염 생산과 부가가치화, 시설 현대화, 적극적인 홍보·판매 마케팅 등까지 뒤따른다면 영광 천일염은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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