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비’
2020년 12월 23일(수) 05:00 가가
대한민국 집단지성으로 일컬어지는 교수들이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한마디로 표현한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뜻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신조어다. 교수신문이 교수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사자성어는 올해로 20번째인데, 신조어를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수들이 일부러 신조어까지 만들어 제시한 것은, 분열로 점철된 정치권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으로 해석된다.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는 소모적 싸움만 벌이며, 협업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책망이기도 하다.
과연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그렇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발생과 백신 공급을 두고도 사회 곳곳에서 ‘내로남불’ 행태가 이어졌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드러난 분열의 생채기는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을 더욱 힘들게 했다.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놓고도 정치권의 ‘내로남불’ 행태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야당 정치인들은 연일 ‘공수처법 통과는 법치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한때 공수처 설치를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건 찬성론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16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공수처 설치를 역설했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2012년 10월 무소속으로 대선 출사표를 던질 당시 사법개혁 10대 추진 과제에 이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입장이 바뀌니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여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법에 강력 반발하면서 내로남불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집단지성이라는 교수사회가 오죽했으면 ‘아시타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정치권을 비난했을까 싶다. 내년 신축년에는 올해 한국의 사회상을 압축해 보여 준 ‘아시타비’라는 말이 깔끔하게 사라지고 협력과 상생의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과연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그렇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발생과 백신 공급을 두고도 사회 곳곳에서 ‘내로남불’ 행태가 이어졌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드러난 분열의 생채기는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을 더욱 힘들게 했다.
집단지성이라는 교수사회가 오죽했으면 ‘아시타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정치권을 비난했을까 싶다. 내년 신축년에는 올해 한국의 사회상을 압축해 보여 준 ‘아시타비’라는 말이 깔끔하게 사라지고 협력과 상생의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