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시대적 어려움을 극복하다
2020년 12월 21일(월) 23:00

김세종 다산연구소 소장

연말연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느라 들뜨는 때다. 하지만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하여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2020년 3월 1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범유행 사태의 몇 가지 사회적 고려 사항을 다루어 정신 건강 및 정신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보고서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격리 및 사회적 활동의 제한과 공포, 실업 및 재정적인 요인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자살률의 잠재적 상승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상식적으로 불안·공포·우울이 지나치면 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또 다른 코로나19 전염병 증후군이 되고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불안·공포·우울을 떨쳐 내는 생활 속 지혜로 음악을 추천해 보고 싶다. 음악은 마음이 움직여서 소리로 표현된 예술이다. 따라서 음악은 마음이 가라앉았을 때, 바로 기분을 전환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음악의 3요소에는 선율(멜로디)·화음·리듬(장단)이 있는데, 선율이 주는 긴장 완화나 화성이 주는 편안함과 포근함, 그리고 리듬에서 비롯되는 역동성 등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음악은 쉽게 동화하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효용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옛 사람들은 음악을 가까이하였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음악은 바름(正)과 그름(邪)을 분별한다. 둘째, 음악은 서로 다른 소리를 하나로 만든다. 셋째, 음악은 몸을 닦고 성품을 다스려 본래의 참마음으로 되돌린다. 넷째, 음악은 혈맥을 뛰게 하고 정신을 유통시킨다. 다섯째, 음악은 마음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의 심리 성향이 점점 내향적으로 변하는 변곡점에서, 음악 활용은 불안·공포·우울을 다스리는 힐링의 대안이 된다. 곧 케이 뮤직(K-Music)이 침체한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달래 주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요즘 TV만 틀면 트로트가 흘러나온다. 그야 말로 트로트 전성시대이다. 트로트는 한때 일본의 ‘엔카’와 닮았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기도 했고, 특별한 이름 없이 ‘유행가’ ‘유행소곡’ 또는 ‘뽕짝’이라고 불리며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할아버지 할머니나 중·장년층이 즐겨 듣던 음악이라는 인식을 넘어 2030세대는 물론 10대까지 열광적으로 향유층에 합류했다.

트로트가 새로운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요즘 국민의 생활음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일단 트로트는 멜로디를 따라 부르기 쉽고, 노랫말이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꺾기’식 창법(바이브레이션)에서는 우리나라 민요의 어법을 수용한 신민요 양식을 변별적으로 응용하고 있다.

또한 박자에서는 한 박자를 3박으로 나누기보다는 한 박자를 2박, ‘쿵짝 쿵짝’ 하는 4분의 2나 4분의 4박자 리듬으로 구분하고 있다. 3박으로 나누어 느릿느릿한 3박보다는 2박을 둘로 나누어 듣는 사람에게는 역동적이고 신나게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트로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누가 뭐래도 트로트 가수의 목소리에 흐르는 감정이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있기 때문일 게다.

가령 우리가 어떤 감정을 슬프다고 말할 때 사실은 그 안에 슬픔이라는 말만으로는 다 담아 낼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있다. 그 슬픈 감정 속에는 서러움, 애절함, 절박함, 상실감, 원망, 쓸쓸함 등이 있다. 이처럼 음악에서 표현되는 소리에도 짙음과 옅음을 나타내는 농담(濃淡)이 담겨 있다. 분명 트로트는 사람의 저 깊은 마음에서 길러 낸 감정 표현과 다양한 음색이 창의성으로 어우러져 만들어 낸 소리예술이요 시간예술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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