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심뇌혈관센터’는 전남의 생명 나무다
2020년 12월 21일(월) 04:00

안영근 전남대학교 병원 원장

심장은 고대로부터 생명과 동일한 의미로 인식돼 왔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곧 사망을 의미했고, 이는 현대에도 변하지 않는 상식이다. 우리 몸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치명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심장과 뇌가 아닐까 싶다.

서구화된 생활양식과 함께 고령화·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심뇌혈관 질환은 암에 이어 우리나라 국민 사망 원인 2위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예방 관리와 이 질환에 대한 기초 및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전남도가 국립 심뇌혈관센터 유치를 위해 2007년부터 전남대학교 병원과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심혈관질 환은 주로 노년층에 많이 발생하는데, 전남은 노인 인구 비율이 23.5%로 노인 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국립 심뇌혈관센터 유치가 절실했다.

전남도의 강력한 유치 의지와 전남대학교 병원의 전문성을 토대로 필요성을 설명하며 중앙 부처를 설득했다. 관련 부서를 여러 차례 방문하였고 자체적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2010년 10월 국립 심뇌혈관센터 추진위원회를 발족하여 수차례의 정책 포럼을 개최하였고, 연구 개발 투자 유치 협약을 체결하였다. 관련법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과 중앙 부처 담당자와의 면담 등 설립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그 노력의 결과물로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100대 과제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국립 심뇌혈관센터 설립이 포함되어 센터 설립에 파란불이 켜지기 시작하였다. 2018년에는 보건산업진흥원에서 국립 심뇌혈관센터 설립에 대한 용역이 진행되었고, 필자는 과제 책임자로서 국립 심뇌혈관센터의 필요성과 모델을 제시하였다.

전남은 국립 심뇌혈관센터 최적지로 비교 우위가 있었다. 전남도는 2007년부터 10년 이상을 준비해 왔다. 전남대 병원 심뇌혈관계 융합연구센터는 심장 질환 치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 최다 동물 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심뇌혈관 스텐트와 의료 부품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문화·교육 시설이 갖춰진 우수한 정주 여건은 물론이고 심뇌혈관 환자 치료·요양·재활·힐링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 환경이 있다.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지역으로, 호남의 중심지인 광주광역시와 인접해 교통 접근성이 좋은 장성군이 선택됐다. 나노산업단지 일대에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광기술원, 한국 심뇌혈관 스텐트 연구소, 나노바이오 연구센터, 인공지능(AI) 센터 등 주요 연구 기관을 보유한 광주 연구개발특구가 있어 첨단 의료기술 및 기기 개발에 필요한 기반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기반을 발판으로 올해 장성 지역을 대상으로 국립 심뇌혈관센터 설립에 대한 용역이 진행되어 현장 방문까지 이뤄졌다. 설계비 등 44억 원이 내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되는 결실을 거뒀다.

전남에 국립 심뇌혈관센터가 설립되면 네 가지 핵심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우선 국내 최고의 심혈관 질환 연구 시설을 구축하고 세계의 유수한 심뇌혈관센터와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 또한 심뇌혈관 분야의 새로운 치료 기술과 신약 및 의료 기기 개발이 가능해진다. 개발된 진료 지침 및 새로운 치료 기술 보급으로 의료 선진화를 달성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기초 임상 연구가 가능해지고 전문 인력도 양성할 수 있다.

이러한 4대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 설계비 및 부지 매입비로 확보된 44억 원 이외에 센터 건립에 필요한 신축비 등 사업비가 확보되어야 한다. 미국, 독일, 일본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국립 심뇌혈관센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인력 구성 등 행정 개편에 대비하여 주무 부처인 질병관리청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향후 장성에 세워질 국립 심뇌혈관센터는 우리나라의 심뇌혈관계 질환 관련 사망률과 후유증을 감소시켜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국제적인 연구를 수행하여 학문적 기여는 물론 의료기기 산업단지 유치, 첨단 의료산업 기술 혁신 및 국가 성장 동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생명의 땅’ 전남에 국립 심뇌혈관센터라는 생명의 나무를 심어 그 열매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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