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짝지근 풍미 가득한 겨울의 맛, 섬초
2020년 12월 09일(수) 07:00 가가
“도와줘요. 뽀빠이” 여자 친구 올리브의 구조 요청에 뽀빠이가 부리나케 뛰어나간다. 하지만 덩치 큰 블루토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신나게 두들겨 맞는다. 궁지에 몰린 뽀빠이는 우여곡절 끝에 시금치 통조림을 들이켜 힘을 얻고는 악당들을 물리친다, 뿌우 뿌우~ 뱃고동 소리와 함께 주인공의 마지막 말은 언제나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세진다는 뽀빠이 아저씨의 말씀”
70년대 인기였던 만화 영화 ‘뽀빠이’의 줄거리다. 이를 즐겨 보았던 세대들은 하나같이 시금치하면 알통 근육과 힘을 떠올린다. 시금치 통조림을 먹기만 하면 힘이 불끈 솟는 뽀빠이의 모습이 연상되어서다.
시금치에 철분이 많다고 알려진 것은 1870년 독일의 과학자 울프(E. von Wolf)가 기고한 자료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타이핑하던 여비서가 시금치 100g당 철분 3.6㎎을 소수점을 빠트린 채 36㎎으로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는데, 학계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시금치 통조림 회사가 상업적으로 이용해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세지는 설정을 함으로써 스태미나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수점을 빠뜨린 시금치 신화가 근거 없는 사실임이 밝혀져 오히려 과학계의 가짜 뉴스를 경계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영국 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그 사실을 주장했던 저자는 독일 논문을 직접 인용하고 있지 않고, 소수점 이야기의 근거가 어디인지 밝히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나중에는 어느 잡지에서 읽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연구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인용을 거듭하면서 과학계에서는 마치 사실처럼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뽀빠이의 선택이 옳았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도 이어져 나왔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연구팀은 시금치에 들어 있는 호르몬 엑디스테론이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10주 동안 체력 훈련을 하는 운동선수 4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는데, 한쪽에는 매일 엑디스테론을 복용하게 하고, 다른 대조군에는 위약을 먹도록 했다. 그러자 엄청난 차이가 생겨났다. 근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근육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힘과 운동 능력도 3배나 향상되었으며, 누워서 역기를 드는 벤치프레스에선 최대 능력이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역시 ‘채소 베스트 푸드 5’에 시금치를 포함시켰으며,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 포스트’도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 중 하나로 시금치와 레몬을 꼽았다. 시금치, 케일, 근대 등 식물에 있는 철분은 비타민C와 함께 먹으면 더 흡수가 잘 되고, 레몬 주스나 약간의 딸기, 피망을 더하면 식물성 철분이 생선이나 고기에 있는 형태로 변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기운을 북돋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시금치는 명아주과에 속하는 1~2년생 풀이다. 아르메니아로부터 이란에 걸친 지역이 원산지인데 페르시아, 아라비아, 지중해 연안 여러 나라를 거쳐 유럽으로 퍼졌고, 중국에는 3세기경 이란으로부터 전해졌다. 1577년(선조 10)에 최세진이 편찬한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는 조선 초기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내한성이 강하여 한반도 전역에서 재배되지만, 겨울철 시금치로는 우리 고장에서 나는 섬초가 으뜸이다. 한겨울 추위 속에 바닷바람과 눈서리를 견디느라 땅바닥에 눕다시피 붙어 자란 섬초의 달짝지근한 맛은 키 큰 일반 시금치와는 비교하기 어렵다. 두터운 잎은 삶아도 흐물거리지 않아 씹는 맛이 좋고, 선도가 오래 가 쉽게 상하지 않으며, 밀감과 비슷할 정도로 당도가 높기 때문이다. 가격은 또 얼마나 착한지, 4인 가족이 몇 끼 먹고도 남을 한 봉지에 2000~3000원이면 족하니, 이 추위에 밭에서 수확하는 농업인들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서리가 잔뜩 내린 겨울 아침. 살짝 데친 섬초에 마늘과 파를 다져 조물조물 무친 다음 참기름·깨소금 올린 시금치 무침과 조갯살 약간에 된장과 고추장 푼 시금치 토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나서면 뜬금없는 호기마저 생긴다.
시금치에 철분이 많다고 알려진 것은 1870년 독일의 과학자 울프(E. von Wolf)가 기고한 자료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타이핑하던 여비서가 시금치 100g당 철분 3.6㎎을 소수점을 빠트린 채 36㎎으로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는데, 학계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시금치 통조림 회사가 상업적으로 이용해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세지는 설정을 함으로써 스태미나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역시 ‘채소 베스트 푸드 5’에 시금치를 포함시켰으며,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 포스트’도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 중 하나로 시금치와 레몬을 꼽았다. 시금치, 케일, 근대 등 식물에 있는 철분은 비타민C와 함께 먹으면 더 흡수가 잘 되고, 레몬 주스나 약간의 딸기, 피망을 더하면 식물성 철분이 생선이나 고기에 있는 형태로 변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기운을 북돋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시금치는 명아주과에 속하는 1~2년생 풀이다. 아르메니아로부터 이란에 걸친 지역이 원산지인데 페르시아, 아라비아, 지중해 연안 여러 나라를 거쳐 유럽으로 퍼졌고, 중국에는 3세기경 이란으로부터 전해졌다. 1577년(선조 10)에 최세진이 편찬한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는 조선 초기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내한성이 강하여 한반도 전역에서 재배되지만, 겨울철 시금치로는 우리 고장에서 나는 섬초가 으뜸이다. 한겨울 추위 속에 바닷바람과 눈서리를 견디느라 땅바닥에 눕다시피 붙어 자란 섬초의 달짝지근한 맛은 키 큰 일반 시금치와는 비교하기 어렵다. 두터운 잎은 삶아도 흐물거리지 않아 씹는 맛이 좋고, 선도가 오래 가 쉽게 상하지 않으며, 밀감과 비슷할 정도로 당도가 높기 때문이다. 가격은 또 얼마나 착한지, 4인 가족이 몇 끼 먹고도 남을 한 봉지에 2000~3000원이면 족하니, 이 추위에 밭에서 수확하는 농업인들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서리가 잔뜩 내린 겨울 아침. 살짝 데친 섬초에 마늘과 파를 다져 조물조물 무친 다음 참기름·깨소금 올린 시금치 무침과 조갯살 약간에 된장과 고추장 푼 시금치 토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나서면 뜬금없는 호기마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