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 경계 조정 민·관·정 협력이 답이다
2020년 12월 07일(월) 07:00

임택 광주 동구청장

지난 11월 19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광역시 균형 발전을 위한 경계 조정 준비기획단 제6차 회의’에서 소폭·중폭·대폭 세 가지 안을 놓고 위원들의 세 차례 표결 끝에 ‘중폭 개선안’이 최종 선택됐다. 북구 다 선거구인 6개 동(문화동, 풍향동, 두암1·2·3동, 석곡동)을 동구로 편입하고, 광산구 첨단1·2동을 북구로 편입하는 것이 대강의 골자다.

올해 10월 말 기준 광주광역시 인구는 145만 2994명으로 5개 자치구별 인구는 동구 10만 2151명, 서구 29만 7527명, 남구 21만 5072명, 북구 43만 1684명, 광산구 40만 6560명 등이다. 최근 인구 10만 명을 회복한 동구와 북구의 인구 격차는 여전히 네 배 정도 차이가 난다. 그렇기에 향후 절차에 따라 중폭 안이 확정될 경우 좁혀지는 인구 격차로 지역 간 불균형, 행정 서비스 간극을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중폭 개선안이 최종 선택됐지만 구간 경계 조정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론은 여전히 팽팽하다. 정치권과 일부 자치구 주민들 간에 얽힌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산 넘어 산이다. 구간 경계 조정의 경우 복수의 자치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선거구 조정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어느 지역은 손해를 보고, 또 이익을 보는 ‘제로섬 게임’으로 속단해서도 안 된다.

최근에 경기 수원시와 화성시가 행정 구역 경계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지 6년여 만에 조정안에 전격 합의했다. 사소한 이해관계를 접고 경기도의 중재와 양 자치단체가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조정안을 도출해 낸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광주광역시도 2011년 10월 소폭의 경계 조정을 단행한 이후 추가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왔으나 매번 지역 여론이 한데 모이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러다 10여 년 만에 다시없을 호기를 맞았다.

구간 경계 조정은 찬반 여론을 떠나 자치구 행정 구역이 ‘주민의 행정 서비스 권역’이라는 대전제가 무색하게 정치적 선거 구역으로 퇴색되어 중세 영주의 영지와 같은 통치 구역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 큰 틀에서 보면 인구 불균형 해소, 주민 편익 제공,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경계 재조정은 꼭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다. 관건은 지금의 파이를 누가 더 많이 지켜 내느냐가 아니라 광주 안의 지역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해 낼지, 광주공동체 전체의 역량을 어떻게 높여나갈지를 중심에 놓고 경계 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는 최소화하되, 시민 이익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가능한 지역 생활권, 문화와 역사, 그리고 개인의 삶까지 존중해야 모두가 희망하는 구간 경계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 본다.

경계 조정은 정치권, 지역 주민 등 모두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쉽지 않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5개 자치구의 기형적인 비대칭의 굴레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지속 가능한 상생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승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시민들의 삶과 공동체성을 존중하면서도 편의와 행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민·관·정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1세는 “숙고할 시간을 가져라. 그러나 행동할 때가 오면 생각을 멈추고 뛰어들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 정치권은 당장 눈앞의 이익과 현실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도시 발전을 위한 긴 안목으로 상생의 정신에 입각해 힘을 모아야 한다. 시민을 감싸 안으면서 타당한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는 합리적인 중재가 필요하다. 물줄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관습으로 굳어진 부당함을 핀셋으로 골라내고 상처가 덧나지 않게 다듬어 가는 세심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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