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세계화, 김치대학 설립이 대안이다
2020년 12월 07일(월) 02:00

김강열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최근 중국의 파오차이가 ISO(국제표준화기구) 세계 김치의 표준을 획득했다고 관영 매체까지 동원해 요란을 떠는 바람에 김치가 다시 세계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도 1990년대 우리 김치가 일본을 휩쓸어 가자, 김치의 일본식 명칭인 ‘기무치’(Kimuchi)를 세계 표준어로 지정하자고 난리법석을 떤 적이 있다. 하지만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1996년 3월 우리나라의 주장을 인정, ‘김치’(Kimchi)가 세계적인 표준어가 된 바 있다.

그런데 중국은 왜 예전 일본이 했던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까지 동원하여 왜, 한복에 이어 김치를 또다시 자기네 문화의 하나로 종속시키고자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해 보자면 채소를 소금물로 절이는 염장문화가 일본과 중국에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오이·양배추·배추 등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류를 소금에 절인 식품은 일본에서는 ‘쓰케모노’(漬物), 중국에서는 ‘파오차이’(泡菜)라고 부른다.

그런데 두 나라가 국가적 차원에서 김치에 유독 시비를 걸고 질투를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김치가 가장 우수한 식품이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3국의 김치 모두 형태와 소재가 유사했다. 그러나 마늘·고춧가루·젓갈 등을 혼합해 발효까지 시키는 우리 김치를 일본과 중국은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과 중국을 떠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런 김치를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결코 가져갈 수 없는 것이 ‘김치’라는 이름이다. 그래서 90년대 일본인들, 그리고 요즘 중국인들이 시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치라는 이름만 꽉 지키고 있으면 김치의 세계 평정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중국은 전 세계 8억 명이 넘는 화교 상인을 통한 세계화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내수 소비력과 엄청난 규모의 ‘해외 초밥집’을 통한 일본 ‘기무치’의 세계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전국적으로 그 기능이 분산되어 있는 우리의 김치센터나 김치연구소로는 역부족인 만큼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그 대안으로 김치대학의 설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2~4년제, 기능 및 정규 김치대학을 만들어 김치의 명칭에 대한 명예와 권위를 지켜주고, 나아가 식품으로서의 질적·위생적 권위를 체계화·세계화해야 한다. 먼저 1차로 500명 규모로 학생을 모집하는데 외국인의 비율을 50% 이상으로 하여, 명실상부한 한류를 대표하는 ‘세계 김치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김치 재료 개발을 통한 상품의 다양화와 고급화(유기농)를 위한 육종·가공·보존·개발 및 2차 활용과 홍보 등을 전문화해야 한다. 기초 기능반, 품목별 전문반, 명인반 등을 만들고 졸업생에게는 ‘김치 라이센스’를 주고, 졸업 후 귀국하여 본국에서 김치 사업에 종사케 해야 한다. 대학 설립도 학생 수의 감소로 애로를 겪고 있는 대학들과 협력한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겠으나 반드시 국립대학으로 설립해야 한다.

종합해 보면 ‘세계 김치대학’의 임무는 김치 종류의 확대 특히 현지 소재의 김치 개발, 김치 소재의 고급화와 규격 및 시스템과 생산의 일체화, 김치 생산의 종주국화와 분업으로서 해외 생산 기지화, 권위 있는 김치 전문 잡지의 발간, 김치 장인의 선정과 해외 순례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김치의 세계화를 위한 김치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거나 수입하고 있는 재료를 되찾아와야 한다. 물리적으로 되찾아 오자는 것이 아니라 질적·제도적 장치를 통해 국내 생산을 늘려 종자·재료·생산·관리를 일체화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김치 완제품 총생산량은 194.7만 톤으로 업체 생산량이 44.8만 톤, 가정과 외식업체 생산량이 122.3만 톤, 수입량은 27.6만 톤이며 이중 수출량은 2.3만 톤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김치 업체 종업원 수는 1만4155명이었고, 총생산액은 1조 175억 원이다. 1차적으로 김치대학을 설립하고 5년 이내에 국내 생산량을 50%로 늘린다면 국내 김치 총생산액은 약 2조 원이 되고 여기에 졸업생과 해외 홍보 강화를 통한 20% 생산량 확대가 이뤄지면 김치의 총생산액은 3조 원을 넘게 되며, 많은 청년들이 김치 관련 사업에 고용되고 창업까지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김치대학은 우리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요즘 광주 전남의 통합과 상생을 화두로 대화를 시작하고 있어 협업 사업으로서도 좋은 대안적 사업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다시 영산포에 젓갈 실은 배가 들어오고, 송정역에 물산이 집합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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