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시대, 품격 있는 언행을 촉구한다
2020년 12월 02일(수) 07:30

김 용 하 시인,전 광주 국공립중등교장 협의회장

코로나가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이는 역사를 구분하는 기준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즉 기원 전후나 농경 사회와 산업 사회를 구분하는 것과 같이 코로나 발생 이전과 이후로 역사를 나누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미증유의 변화 속에서 우리의 소소한 일상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극도의 불안과 규제가 계속되면서 피로감이 쌓이고, 신경이 예민해져 정신 병리학적인 트라우마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경제 활동의 위축으로 빈부의 격차가 더욱 심해지면서 공동체 내의 불안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화합으로 국민을 위무하고, 희망을 제시하기보다는 극심한 반목과 저질적 언행으로 사분오열되고, 극한적인 대립으로 얼룩지고 있다. 여야는 물론이고 정부 부처 안에서조차 이판사판의 극한대결이 끝없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소위 지도층이나 지식층에서도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온갖 험악한 저질스러운 표현으로 서로를 비방하고,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더 심한 비속어나 육두문자까지 마다하지 않고 남발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자신의 정당한 의견이나 주장을 펼치는 것은 민주사회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지나친 언어를 구사하여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명예를 손상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사실 그러한 극한적인 표현을 쓰는 사람들은 논리나 설득력의 결여를 자인하는 것 밖에 안 된다. 익명의 뒤에 숨거나 특정 단체의 힘을 업고 아무 말이나 제멋대로 상처를 주고 책임지지 않는 태도야말로 비민주적이고 대중을 향한 무차별 폭력이다.

언어는 인간의 가장 높은 영성의 표현이고, 실존의 증거이며, 자기 삶의 축약이기에 표현에 따라 자신의 인격과 풍모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칼에 찔린 상처는 쉬이 아물지만, 말로 입힌 상처는 영원히 간다”는 말도 있지만 아무리 옳고 선의의 뜻이라도 말 한마디 잘못 사용하여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수도 있고,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당서에 ‘입은 화의 문’(口禍之門)이라 한 것이나 주희가 “입을 단속하기를 병마개 막듯이 하라”(守口如甁)고 가르친 것도 이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을 삼가고, 조심할 것을 가르치는 교훈들이다.

근래 유명 정치인들이 국감장이나 인터뷰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보면 너무 저속한 표현들이 많다. 또한 수많은 팔로어를 거느리고, 우리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논객들조차도 정치 현안이나 각종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내놓는 말들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막말 수준인 것을 볼 때 안타깝다.

정제되지 못한 발언을 통해 어려운 시대를 사는 국민들에게 상처를 증폭시키고, 갈등만을 야기하는 우를 범할 것이 아니라, 정제되고 품위 있는 말을 통해 세상을 안온하게 하고, 사회를 평화롭게 하며,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본을 보이는 격조 높은 사회 기풍을 조성하는 것은 정녕 어려운 일인가? 시대가 불안하고 힘들수록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언행의 품위를 지켜 사회의 귀감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일반 시민들의 언행도 신중하게 절제되어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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