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사격 있었다’ 전두환 유죄는 사필귀정
2020년 12월 01일(화) 05:00
광주지법은 어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당연한 결과다. 전 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기간 군이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의 이날 선고는 5·18 민주화운동 기간인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광주 상공을 날던 계엄군의 헬기가 시민들의 시위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발포를 한 것을 사법부가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또한 전 씨와 그 일당인 신군부가 주장하는 ‘자위권 발동’의 논리 자체가 깨지게 됐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판결이다. 지상군의 발포와 달리 광주 상공에서 시민들을 향해 이뤄진 사격을 ‘자위권 발동’이라고 우기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헬기사격은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고 군 지휘 체계상 상부로부터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날 재판의 1심 선고를 맡은 광주지법 형사 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강한 어조로 전 씨에게 훈계했다. “지금이라도 5·18민주화운동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은 진심으로 사죄해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가 선고 요지를 밝히기 시작하자 전 씨는 이내 꾸벅거리며 조는 모습을 보였다니 판사의 훈계를 제대로 들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선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출발하면서 서울 자택 앞에 모인 시위대를 향해 “말조심해 이놈아”라고 외치기도 했다니 그의 후안무치(厚顔無恥)에 치가 떨린다.

이번 판결로 헬기 사격 여부를 놓고 벌였던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전 씨에 대한 법정구속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형량이 너무 낮은 것은 아쉽다. 이제 518 진상규명위가 발포명령자 색출 등을 통해 확실히 단죄함으로써 전 씨의 뻔뻔스러운 모습을 다시는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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