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소득이야
2020년 11월 29일(일) 22:50

기 영 윤 농협 구례교육원 교수

식당의 밥이 맛있었다. 흐린 형광등 불빛을 반사해 낼 정도로 쌀 한 톨, 한 톨에 윤기가 돌았다. 출장길에 들른 식당이지만 밥맛에 반해 일없이 파리채를 흔들고 있던 여주인에게 돈 많이 버시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마뜩잖다.

“손님이 있어야제, 통 사람 구경 하기 힘들어 브러” 그때서야 내가 그 식당을 찾은 이유가 무슨 맛집 프로그램에 나와서가 아니라 근처에서는 그곳만이 유일하게 문을 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한때는 꽤나 번성했던 면소재지였다는데 이제는 주민센터 앞으로 난 길을 따라 문을 열어 둔 가게들이 듬성듬성했다. “평일에 면사무소, 농협 직원들 점심 해 주고 나면 없어”

늙어가던 마을이 시나브로 소멸하고 있다. 농촌의 인구, 그 중에서도 기본적 마을 공동체인 행정리에 이어 면까지 매우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별 인구 소멸 지수’(2020년 5월 기준) 발표를 보면 전남은 도내 22개 시·군 중 무려 18개 시·군이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이다. 인구 구조상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에 비해 20~39세 여성 인구수가 지나치게 적으니 소멸이 전망만으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지방 소멸은 출생률을 포함한 인구 유입의 문제다. 농촌의 출생률이 현저히 줄어들다 보니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그러다 보니 교육·의료·상업·문화 시설이 사라지고 이는 다시 인구 유출의 원인이 된다. 악순환이다.

인구 유입을 늘려 농촌 마을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귀농과 귀촌이 장려되었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마다 연례행사처럼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귀농, 귀촌의 열기는 시들고 있다. 최근 4년간 귀농·귀촌 인구는 1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데 귀농·귀촌 인구가 왜 줄어들고 있을까?

농촌경제연구원의 ‘역귀농·귀촌 의향과 결정에 미치는 요인 분석’에 따르면 도시민이 농촌 지역 이주를 결심할 때 경제적 이유에 영향을 받은 경우에는 다시 도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9년 귀농·귀촌 실태 조사’에서도 50.5%가 귀농인들이 가장 크게 겪는 어려움을 ‘소득’ 문제라고 응답하였다. 농사가 20%, 지역 인프라 부족은 18.4%였다.

농촌을 떠나는 농가의 살림도 팍팍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농가 소득은 4118만 원으로 2018년 4206만 원에 비해 2.1% 감소했다. 2016년 이후 3년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그중 농업 소득은 겨우 1000만 원에 턱걸이 했다. 반면에 농사를 짓기 위해 쓰는 영농비는 2417만 원으로 2018년보다 5.9% 증가했다. 농가 부채는 전년 대비 7.4% 증가해 3572만 원으로 늘었다. 사정이 이러니 농업 승계자가 있는 가구는 8.4%에 불과하다.

결국 문제는 소득이다. 농촌에 거주하는 개인들의 소득이 낮으니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지역 경제가 무너지니 공동체의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 복지 시설 한두 개 짓는다고 돌아오지 않는다. 또 문화 시설을 들인다고 떠나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다.

농산물 시장이 전면 개방된 상태에서 소농이 경쟁력을 갖추고 농업 소득을 증진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전국민 재난 지원금의 위력을 보았다. 경제는 순환이다. 농촌 지역 활성화를 위한 해법은 이미 제시된 셈이다.

때마침 농업인 기본 소득 도입을 법제화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하니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빠른 도입을 기대한다. 문제는 결국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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