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과 지역 주민의 이인삼각(二人三脚)
2020년 11월 26일(목) 07:30

이 천 규 국립공원공단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서부사무소장

단풍으로 울긋불긋 물든 국립공원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립공원 마을의 주민들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자연을 터전 삼아 살아온 공원 마을은 현재 전국 22개 국립공원에 146개가 있다. 지금 국립공원과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함께한 50여 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함께할 100년의 동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리산이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967년, 지역 주민들은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국립공원의 지정을 환영했다. 그러나 국민 의식의 성숙과 자연 보전의 가치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국립공원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고, 지역 주민들의 사유 재산권 행사에 제한이 발생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국립공원 공단은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공원 관리를 위해 노력하였고, 2005년 자연공원법이 개정되면서 국립공원 내 주민에 대한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2010년 제2차 공원구역 조정 당시, 주민들은 쌓여 온 불편을 이유로 국립공원 마을의 공원 구역 해제를 요구했다. 이에 국립공원 공단은 주민들의 의견을 신중히 검토하고 받아들여 생태적으로 가치가 낮고 공원의 이용 목적에 적합하지 않는 마을을 공원 구역에서 해제했다.

그러나 모든 마을이 공원 구역의 해제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 외려 공원 구역의 존치를 요청한 마을도 있었다. 관매도와 영산도 같은 마을들은 공원구역 해제보다 국립공원과의 동행을 선택했다. 국립공원 공단은 이렇게 존치를 바라는 마을을 지원하기 위해 국립공원의 가치와 지역 주민의 소득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명품 마을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국립공원 명품 마을로 지정된 관매도와 영산도는 국립공원과 지역 주민의 관계가 규제와 제한이 아닌 함께 발전해 나가는 상생 관계임을 보여 주는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고, 이들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립공원에는 현재 17개의 명품 마을이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명품 마을을 통해 시작된 국립공원과 지역 주민의 상생의 물결은 이제 17개 명품 마을을 넘어 국립공원 내 존재하는 마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국립공원 공단은 마을별 특성을 반영해 각 마을에 맞는 마을 개선 사업을 추진해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 향상과 상생 협력을 실현하고 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서부사무소 또한 흑산도의 천촌(天村)과 암동(暗洞), 두 마을을 대상으로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의 마을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2018년에는 천촌의 하천 일대를 정비하고, 마을 주택의 담을 푸른 빛깔로 도색해 주민들의 생활 환경과 경관을 개선하였다.

그리고 올해는 외지고 해가 들지 않는 암동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을 진행하였다. 야간 통행에 어려움이 있었던 어두운 마을 길 곳곳에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친환경 가로등을 설치해 어둠을 밝혔고, 선착장에는 안전 난간을 설치해 주민 생활의 안전을 확보했다. 마을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진입부에는 마을의 이름을 세긴 표지석을 세웠다. 더불어 상수도 설치를 지원하고 쓰레기 집하장도 설치해 주민 생활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

이렇듯 국립공원의 탄생부터 명품 마을 조성까지, 국립공원 공단과 지역 주민들은 서로 부대끼고 얽히면서 상생의 걸음을 함께해 왔다. 짝과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금세 발이 꼬여 버리는 이인삼각(二人三脚) 경기처럼 국립공원과 지역 주민의 동행도 누가 앞서가는 것이 아닌 협력하며 호흡을 맞출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국립공원과 지역 주민이 함께해 온 50여 년의 이인삼각 경기, 지역 주민과의 상생이라는 결승점을 목표로 국립공원 공단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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