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예박물관 건립 시급하다
2020년 11월 16일(월) 06:30
김형주 전 광주역사민속박물관 학예실장
인간은 매우 오래전부터 생활을 위한 의식주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손을 이용하여 만들어 사용하면서 삶을 영위하여 왔다. 혹독한 외부 환경을 극복하며 최적의 생존조건을 창출해 낸 아득한 원시시대에 벌써 제반 도구나 물건을 만들어 내는 수공 기술인 공예문화가 생겨났다. 그것은 인간의 슬기로운 지혜를 발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예는 다양한 재료·의장·기교를 사용해 인간의 생활 현장에서 쓰이는 미적 효과를 가진 도구와 물품 그리고 그것을 제작하는 기술·기법을 총칭한다. 공예는 실용의 측면에서 회화나 조각과 구별되며, 분야로 보면 건축과 더불어 응용예술에 속한다. 즉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상 용구를 아름답게 만드는 작업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쓸모와 조형미를 동시에 갖추어 예술적 가치와 심미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다.

세부적인 공예 분야를 살펴보면 목공예, 도자공예, 죽세공예, 금속공예, 목칠공예, 직조공예, 한지공예, 모필공예, 염색공예, 가죽공예, 짚풀공예, 전각공예, 매듭공예, 화각공예, 옥(玉)공예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시대적 기준으로 분류하면, 조상들의 오랜 숨결을 담아 내려오는 전승공예와 현재를 살아가는 시대적 특성과 감각을 반영한 현대공예로 나누어진다.

지금 전승공예는 시대 변화에 따른 수요의 격감과 기능 보유자들의 고령화로 인하여 전통 단절의 위기라는 높다란 장벽을 마주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작업 현장과 이들의 혼과 땀이 배어 있는 수많은 작품을 한데 모아 전시하고 보존함으로써 이들의 장인정신을 기리는 영구적인 기념 공간으로서 공예박물관 건립의 당위성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남도 지역은 으뜸가는 손재주로 뛰어난 공예문화 유산의 전통을 이어오는 곳으로 일찍이 그 명성이 높았다.

여기에서 시급한 공예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을 적시하고자 한다. 첫째, 연로한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문제가 현안이 되고 있다. 대다수의 공예 분야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는 60~80대에 해당하는 고령이어서 당장 이들의 사후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단적인 사례로, 광주시 무형문화재 제4호 필장(筆匠)인 문상호 옹은 자신의 작업장에 포개어 놓다시피 열악한 상태로 보관되고 있는 죽필(竹筆)·갈필(葛筆)·고필(稿筆) 등 300여 점에 이르는 다양한 재질과 크기의 각종 붓을 영구 보존하여 후대에 전통문화 자료로 남기는 간절한 염원을 갖고 있다.

사실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개인박물관 설립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그렇다고 자신의 유지를 구현해 줄 마땅한 기증처도 찾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분들의 진정한 뜻을 제대로 살려 내려면 불가불 공공 부문에서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인 해법일 것이다.

둘째, 지역사회 문화 기반의 균형적인 확충을 위하여 필수적인 시설이라는 점이다. 시민들의 정서적·교육적인 핵심 문화시설이 박물관과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데, 선진국의 기준으로 시민 10만 명당 1개소가 적정한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다. 현재 우리 시에 공공도서관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확충되어 있지만, 공공박물관의 수효는 겨우 10개소에도 미치지 못해 상당히 미흡한 상태이다.

공공박물관은 막대한 재원의 소요로 인해 민간 차원에서 추진할 경우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건립 후에는 정상적인 운영 체계의 설정이 중요하므로 운영 주체는 독립기관 또는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의 분관 형태, 공예협회의 위탁 등의 방안이 다각도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건립 장소는 시민 접근성을 고려하여 도시의 외곽보다는 도심권이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건물의 형태는 독특한 구조와 외양의 신축 건물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면 충분한 전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존 건물의 활용도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공예박물관은 작품의 전시 및 수장 공간일 뿐만 아니라 공예문화의 연구와 교육, 공예인들의 다양한 활동, 작품 발표회 등이 이루어지는 복합시설로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자랑스러운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와 1천여 공예인들의 간절한 염원이며, 지역문화를 애호하는 뜻있는 시민들의 소담스러운 희망이 반영된 공예박물관의 건립 작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어 알찬 결실이 이루어질 날이 오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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