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상 하자로 잇따라 패소한 ‘어설픈 행정’
2020년 11월 16일(월) 00:00
전남 지역 자치단체들의 잘못된 행정처분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처분 과정에서 사전 통지나 의견 청취를 하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설픈 행정 탓에 보조금 환수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광주지법 행정 1부는 A위탁영농 회사가 담양군을 상대로 제기한 ‘보조금 반환 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사는 지난 2009년 담양군의 ‘영농조직화단체 저온저장고 설치 지원사업’ 보조 사업자로 선정된 뒤 저온 창고를 신축하고 보조금 9000만 원을 받았다.

담양군은 그러나 20여 일 후에 ‘보조금 환수 통보’를 하면서 기존 사전 통지에는 언급하지 않았던 ‘보조 사업으로 취득한 저장고를 승인 없이 임대하고 담보로 제공한 점’을 추가로 통보했다. A사는 이와 관련 ‘승인 없는 임대·담보 제공’에 대한 의견 제출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점을 들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사의 권익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의견 제출의 기회를 줘야 하는데도 담양군은 이러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같은 재판부는 또 곡성군을 대상으로 지역 어린이집 원장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원장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곡성군은 지난해 전남도의 종합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린이집 원장 경력 수당으로 지급한 3200여 만 원을 회수, 어린이집 시설 회계로 다시 입금하도록’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군이 시정 요구 전 어린이집 측에 사전 통지나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점을 들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자지체가 절차를 소홀히 해서 패소함으로써 보조금을 환수할 수 없다면 이 또한 주민의 혈세인 예산을 낭비한 셈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런 사례가 자주 반복되면 자칫 주민 불신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들은 보다 치밀하고 면밀한 행정을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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