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판장 비좁아 고기가 썩어 나갈 판이라니
2020년 11월 13일(금) 00:00 가가
요즘 목포시 해안동 목포수협 위판장에는 조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고 한다. 모처럼 가을 조기 풍어로 어획량이 급증했지만 막상 위판장에 와 보면 웃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시설이 비좁아 제때 위판을 하지 못해 생선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출하마저 늦어져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판장에 나온 어민들이 만선의 기쁨보다 위판 차질로 분노가 치민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얼음 공급 차질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위판장 인근에서 추진되고 있는 ‘삼학도 공원화 사업’과 ‘여객선 부두 확충 사업’으로 얼음을 공급하는 쇄빙 시설이 철거될 예정이어서다. 부두 확충에 따라 목포수협은 연말에 북항의 서남권 친환경수산 종합지원단지로 이전하면서 현 부지의 쇄빙탑 한 기를 철거해야 한다. 목포항 어선의 얼음 50%를 공급하는 민간업체 쇄빙탑도 삼학도 공원화 사업으로 조만간 철거될 위기에 처해 있다.
한 사리(15일) 조업에 필요한 목포항의 얼음은 6만 각(1각당 130㎏)이라고 한다. 북항으로 이전하는 목포수협이 자체 제빙 시설로 2만 2600각을 충당한다고 하지만 민간업체의 공급이 계속되지 않으면 필요 얼음량의 63% 정도가 부족하게 된다. 어민들은 북항의 목포수협 위판장에 대해서도 새 시설이기는 하지만 수산지원단지 조성 예산이 당초보다 45% 가량 줄어 위판장과 냉동·냉장 시설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목포시와 목포수협은 뒤늦게 목포 인근에서 얼음을 확보하고 개방형인 북항 위판장을 폐쇄형으로 바꾸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목포수협이 ‘북항 시대’를 맞는다 해도 위판 대란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추가 증설이나 시설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