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조기 발견과 지속 치료가 중요하다
2020년 11월 09일(월) 05:00

조 귀 임 전 초등교사

노후에 가장 두려운 병으로 알츠하이머, 즉 노인성 치매가 꼽힌다. 증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기 10~15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이른 시기에 치매 전조 증상을 발견해 예방 조치를 하면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발현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치매 전조 증상의 하나로 걷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걷는 자세가 변하는 것에 주목한다. 느리게 걷는 습관이나 한쪽으로 치우친 걸음은 치매와 같은 질병의 발병률을 높일 수 있으므로 빨리 걷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광주시 남구 치매안심센터에서는 매년 무료 60세 이상 주민에게 기억력 검사를 무료로 실시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치매 어르신 100명 중 5~10명은 완치할 수 있다고 한다. 조기에 발견하면 체계적 치료 및 관리로 병의 악화를 막고 치료 효과 또한 크게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 같은 유일한 혈육인 언니가 치매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언니는 3년 전에 작은딸이 운전한 차에 동승해 가던 중 20대 초반 운전자가 느닷없이 차를 들이받는 바람에 다쳐서 3개월 가량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한데 오래 전부터 진행됐는지 뇌혈관이 막히고 척추 신경도 많이 눌려 치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같은 말을 계속 되풀이하고 내게 자주 걸던 전화도 번호가 기억이 나자 않아 내가 건 전화만 받으셨다.

올해 봄부터는 치매 증세가 눈에 띄게 발현되면서 생활의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어두우면 불안하고 무서운지 한밤중에 온 집안에 불을 다 켜놓고 가족들을 깨우고 다니며 잠을 못 자게 하니 불안한 나날 속에서 긴장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평소에 정갈하고 깔끔하신 분이셨는데 목욕을 시켜주는 작은 딸을 때리고 욕설까지 하면서 막무가내로 안 하려고 하신단다. 여름인데도 옷을 세 겹 네 겹 포개어 입으시며 춥다고 하신단다.

이렇게 갑자기 자신을 잃어 가는 엄마를 지켜보면서 자식들은 얼마나 황당하고 해결책을 찾느라 전전긍긍했을까? 그리도 애지중지하던 손녀도 못 알아보고 친정 큰 조카에게도 “넌 누구냐”고 묻는가 하면 부모님과 남편 성함도 모르시니 가슴이 타들어 가고 애간장이 녹아 내렸으리라.

네 남매가 근무하는 병원 5층에서 엄마가 소일하시는데 시시때때로 3층으로 내려와 환자들에게 엉뚱한 말과 시비로 말썽을 부리면 정말 난처하고 대책이 서지 않았으리라. 요양 보호사를 채용해도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다 버티지 못하고 가버려서 결국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면회도 못 하고 영상 통화로 코에 호스를 꽂고 기저귀를 찬 채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안쓰러워서 하염없이 속울음을 삼키곤 한다.

어쩌다가 반듯하고 가슴 따뜻한 우리 언니에게 이렇게 가혹한 형벌을 내리셨는지 알 수가 없다. 입원 전에도 체중이 12㎏ 이상 빠졌는데 식음을 전폐하다시피하여 까칠하고 수척해진 모습을 뵈니 가슴이 시리고 아프다. 한번씩 정신이 돌아오면 자식들에게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니 금쪽 같은 자식들이 하늘 같은 엄마를 병원에 입원시켜 놓고 죄책감에 좌불안석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하듯이 이상 증세가 나타날 때 곧바로 병원에서 검사와 적절한 치료를 받았더라면 좀 더 덜 힘드실 텐데 하는 회한이 자꾸만 남는다. 효성이 지극한 자식들은 병원 방문은 물론 면회나 화상 통화에도 적극 참여해 엄마에 대한 정보를 얻고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공들여 쌓은 탑은 무너지지 않듯이 요즘 언니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어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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