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남겨지게 될 것들
2020년 11월 09일(월) 00:00

오 권 종 광주환경공단 미래혁신팀장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은 크게 바뀌었다. 이제는 사람을 만날 때 마스크를 쓰는 것은 일종의 매너로 자리 잡았다. 집을 나서기 전 어쩐지 허전한 기분이 든다면 먼저 마스크를 확인해 보아야 할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생활 방식은 이뿐만 아니다. 먼저 감염에 대한 경각심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손 씻기가 강조되고, 어디를 가든지 입구마다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다. 카페를 들어가 보자. 매장에 들어서면 방문 기록부를 작성하거나 QR코드를 찍는 광경이 낯설지 않다. 게다가 매장 내에서는 머그잔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새 테이크아웃 용기 사용이 용인되고 있다.

또한 사람간 접촉이 주요 감염 경로가 되다 보니 불필요한 외부 활동을 자제하도록 권고받는다. 주요 약속 장소였던 식당 영업이 통제되고, 가정 내에서의 식사와 배달 음식 수요가 크게 늘었다. 외부 매장보다는 인터넷 쇼핑 등 구매 방법의 변화로 택배 이용도 크게 늘어 택배 기사들의 과중한 노동 강도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배달 음식 용기와 택배 상자, 포장지 등은 계속 쌓여간다. 쓰레기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기 전에 자주 분리 수거를 하지만 갈 때마다 분리 수거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예전에 비해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 분리 배출 습관이 자리 잡았음에도 좀처럼 수거가 잘 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함께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원료 단계의 재활용에 대한 비용적 메리트가 떨어져 재활용 수집 업체는 비교적 잘 분리된 재활용품마저 수거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예외를 용인해야 할 것인가. 환경 문제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최소한 당장은 우리를 옥죄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안이하지 않은가? 위생과 보건으로 포장된, 편의를 위해 사용했던 그 많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들의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이들을 모두 폐기 처리하는 방법에 기대어 숙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폐기물 처리 능력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도 각 지자체는 매립장의 확보, 소각장 가동, 고체 연료화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부지 확보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처리량이 쓰레기 발생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책은 단 한 가지, 바로 쓰레기 발생 단계에서부터 줄이는 것이다. 먼저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감염과 직결되는 필수 불가결한 문제가 아니라면 다회용품 또는 재활용품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씻어서 다시 쓰는 습관, 세척의 효과에 대해서도 좀 더 신뢰할 필요가 있다. 물로만 씻어도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씻겨 내려간다. 코로나19를 포함해 바이러스는 비누에 노출되면 표면의 지질막 구조가 파괴되어 감염성을 잃어버린다. 심지어 바이러스에 노출된 고체 비누라도 거품을 내 30초 이상 꼼꼼하게 씻으면 감염의 우려는 없다.

포장에 쓰이는 원료를 줄이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제품을 충분히 보호하면서도 해체 시 부피를 극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고안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포장에 사용되는 원료의 종류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소비자들도 이제는 과대 포장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면서 불필요한 포장 용기를 반송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제는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 습관이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의 활용을 통해 포장재 생산자에게 출고량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재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또 다른 고려 사항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이전에 비해 다소 수그러들었다. 성급한 생각이지만, 언젠가는 이 팬데믹 상황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화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빗장이 풀려 버린 일회용품 사용량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잔뜩 쌓여 버린 쓰레기들과 느슨해져 버린 경각심을 그냥 두어선 안 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겠다는 환경부 발표가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위급한 필요에 우선순위를 내어주고 말았다. 과연 환경은 우리의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얼마 동안이나 용인해 줄 수 있을까? 우리가 쏟아낸 것들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일이다. 코로나19 이전 세상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던가. 환경에 대한 경각심만큼은 최소한 예전 수준 이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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