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성공의 열쇠
2020년 11월 06일(금) 00:00
양 승 진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양승진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작년 이맘때 청명한 하늘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 주말 오후를 만끽하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책을 보던 생각이 문득 난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모여 있어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서로의 일상을 즐기던 우리가 지금은 체온을 확인하고 출입 명부를 작성하며 띄엄띄엄 앉아야만 한다.

그렇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보내왔던 그동안의 일상은 ‘감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시청률 1위 토크쇼의 진행자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가 언급한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문득 스쳐간다. 그녀는 ‘감사’라는 말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매일 일상의 감사함을 적는 ‘감사 일기’를 소개했다. 하루 동안 경험한 일들 중 감사한 다섯 가지를 적어보는 비교적 쉬운 방법이다. 주로 적히는 것들은 대단한 것들이 아닌 아주 평범한 일상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오늘도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게 해준 것,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 나눈 것 등이 주된 소재가 된다. 이러한 일상에 대한 감사함을 찾는 과정은 또 다른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그 속에서 우리는 더욱 풍요롭고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지지 못한 불만보다는 가지고 있는 소중함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정말 다른 삶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선 하루에 최고 10만 명에 이르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유럽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은 하루 2만여 건에 이르는 확진자 수를 보이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최근 일 평균 확진자가 4만 건에 달하여 전역에 봉쇄령 조치가 내려지기도 하였다. 다른 여러 유럽 국가도 봉쇄령을 이미 검토 중이거나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성숙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잘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최근 모임이나 집단 시설 속에서의 확산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물론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다양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 단계에 따라 많은 불편함과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는 구성원도 제법 많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들이 생계에 큰 영향을 주는 획일적인 조치에 무조건 따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론과 함께 경제 상황과 방역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가 7일부터 시행이 된다. 기존의 3단계 방식에서 보다 정밀해지고 보다 유연해진 5단계 방식이다. 이렇게 좀 더 유연해진 거리 두기 방식에 전문가들은 긍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장단기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효율적 방역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다가오는 겨울철 유연해진 거리 두기 단계가 전국적 확산 차단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종교 시설, 요양원, 클럽 등의 다중 이용 시설 등을 통한 대규모 확산이 소중한 생명과 우리의 일상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경험했다.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고자 엄격하고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단시간적으로 효율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는 멀리 내다보고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 이러한 길을 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방역 전문가, 국가 기관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있다. 성숙된 국민 의식이 있었기에 불편하지만 돌아보면 정말 소중한 일상이 허락되어 있는 지금이다.

현재 누리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속 일상에 감사할 요소들을 ‘감사 일기’는 아니더라도 한번 적어 보았으면 한다. 방역 수칙만 지킨다면 모임도 가능하고, 행사도 가능하다. 스포츠도 관람할 수 있고 학교도 갈 수 있고 종교 활동도 가능하다. 현재 누리고 있는 소소한 일상의 감사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 함께 지켜 나가는 마음가짐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나아가 슬기롭게 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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