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주변 갑상선암’ 주민더러 입증하라니
2020년 11월 05일(목) 00:00 가가
한빛원전 등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장기 거주하다가 갑상선암에 걸린 주민들이 그제 국회를 찾아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핵발전소 주변 지역 갑상선암 피해 주민 공동 소송’을 진행 중인 이들 618명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증언 대회를 개최했다.
한빛원전 인근 126명을 비롯해 월성 94명, 고리 251명, 울진 147명 등이다. 이들은 국내 4대 원전으로부터 평균 7.4 ㎞의 거리에서 암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19.2년을 살았다. 이들은 이날 암수술로 갑상선을 제거한 뒤 호르몬제 알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지난 2012년 처음 소송을 제기했던 원전 인근 주민 이진섭 씨는 “10년 전 장모님과 내가 잇따라 암에 걸렸지만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내의 갑상선암까지 발견되니 ‘원전에 의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공동 소송의 전망은 밝지 않다. 이 씨 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법원은 원전 측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원전의 책임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 결과가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주민들은 특히 재판부가 피해 사실의 입증 책임을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닌 주민들에게 묻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갑상선암과 방사능 피폭의 인과관계 증명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환경 피해 소송은 일반적으로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학계에서는 갑상선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환경 재해로 인한 방사선 노출을 지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원전과 암 발생에 대한 역학조사부터 실시해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