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응시율 하락이 두려운 이유
2020년 10월 29일(목) 00:00

장 광 재 숭덕고 교사

급격한 학령 인구 감소와 코로나19로 인해 고등학교 3학년 수시 접수 이후 공교육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동안 수능을 빌미로 겨우 버텨 온 3학년 2학기 수업이 아이들의 무관심으로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현장 교사들에 의해 문제로 지적되어 온 사항이지만, 올해 상황은 훨씬 더 참혹하다. 수시 전형 접수 이후 무너진 학교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오고, 학생들의 여유 있는 일탈은 도를 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수시·정시가 분리된 현 대입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현행 입시 일정은 수시 접수-수능 접수-수능 시험-정시 접수로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수시에서 입시가 끝난 학생이라면 2학기 내신 성적은 필요가 없을 것이며, 수능 최저학력기준까지 없는 전형에 응시했다면 수시 접수와 함께 입시가 끝나 버린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3학년 2학기 수업은 무의미 할 것이며, 수능 시험 또한 이들의 학습 동기를 끌어 올리지는 못한 듯 하다.

특히 작년부터 학령 인구 급격한 감소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대학들은 수시 전형에서 신입생을 충원하기 위해 사활을 걸게 되었고, 수험생들의 용이한 지원을 위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는 대학이 대폭 증가하였다. 이미 선발 기능을 상실한 지방 사립대학들은 성적과 무관하게 합격을 보장하다 보니, 학생들은 더 이상 수능 시험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 올해 수능 응시율은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사실 수능 응시율은 꾸준하게 감소하여 작년에는 88.3%까지 하락하였고, 금년 6월 평가원 모의 고사에서는 접수자 대비 81.8%까지 하락하였다. 수능 접수자 대비 응시율의 하락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학 입시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만, 최대 피해자는 상위권 학생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높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시 정원의 상당수는 정시로 이월될 것이며, 정시에서의 경쟁은 더 치열해져 수능의 영향력은 크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하위권 학생들의 수능 미응시로 인해 높아진 평균 점수는 표준점수 최고점수의 하락을 야기하여, 상위권 학생들의 정시 변별력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즉, 그날 컨디션에 따라 한두 문제만 실수해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전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이유로 향후 정시 전형은 재수·삼수의 강력한 유인책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정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수능 시험 무용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 입시에서 수능 시험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위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은 거의 없다. 견고한 공정성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터에 그 무슨 수로 수능 시험의 위상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수능 시험은 의외로 교육적 가치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학령 인구 감소, 수능 응시 비율 감소라는 두 축에 의해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현 추세대로 수능 응시 비율이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이면 수능의 수명은 다하지 않을까? 이러한 상황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예상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교육 과정 도입에 적합한 대입 정책이 시행되도록 권고했었다. 하지만 서울 주요 대학 정시 40% 확대라는 어처구니 없는 정책과 2015 개정 교육 과정과 도저히 병립할 수 없는 학생부 교과 전형의 확대는 새로운 대입 정책 수립의 기회마저 박탈하여 다시 공교육의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주범이 될 것 같다.

우리는 향후 2022학년도 교육 과정 개정과 2025학년도 고교 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있다. 현재의 대입 전형 시스템으로 새로운 교육 과정을 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고교 학점제가 시행된다면 당연히 수능을 비롯한 대입 정책은 전면 개정이 되어야 하고, 만약 대입 정책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교육 과정을 수능에 맞게 7차 교육 과정으로 되돌리는 것을 권한다. 이미 충분히 망가진 고교 교육이 잘못된 대입 정책에 의해 얼마나 더 망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자괴감은 현장 교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위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따지기 전에 교육 과정에 맞는 대입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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