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2020년 10월 27일(화) 00:00

김 삼 호 광주 광산구청장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전엔 마을 구성원이 함께 아이를 키워 냈다는 의미다. 수평적 공간인 마을은 골목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곳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던 아이들은 부모뿐 아니라 동네 주민에게도 가르침과 보호를 받았다.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에 당산나무에서 제를 지내며 한 해의 풍요와 안녕을 빌었다. 마을 공동체가 살아 있던 시대였다.

한데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며 우리 것은 촌스러운 것, 낡은 것으로 치부되었다. 전통적인 가치와 마을의 일상 공동체는 무너졌다. 대다수 국민이 수직 공간인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이웃과의 소통은 단절되었다. 마을 공동체가 다시 등장한 것은 90년대 들어서부터다. 일본 ‘마치즈쿠리’의 영향을 받은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며 시민운동으로 확장된 것이다. 중단되었던 지방 자치가 다시 시작된 것도 이쯤이다.

코로나 시대, 국제 사회로부터 인정받은 K-방역은 20년 넘는 지방 자치와 공동체 운동, 민주주의를 성취한 국민의 시민의식과 같은 저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각 지방 정부는 앞장서서 병실 내어주기,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개설, 착한 임대운동 등을 이끌었고, 지역 공동체는 마스크 만들기, 취약계층 도시락 보내기, 생활 방역단 운영, 선결제 운동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 방지와 경제 위기 극복에 동참했다.

광산구는 송정역과 광주공항이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불특정 다수가 오가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더 많은 셈이다. 광주의 첫 확진자가 광산구에서 나왔지만, ‘먼저 맞은 매’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민관군경이 함께 노력해서인지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고, 주민 자치가 활발했던 만큼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성실히 실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일상을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는 공동체 활동을 위협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반복 시행되면서 공동체의 핵심인 만남 자체가 불가능해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 몇 년씩 장기화된다면 애써 쌓아 올린 공동체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활성화되기까지 투자된 시간과 수많은 시민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고, 다시 재건하기까지 몇 년을 다시 쏟아 부어야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

올 초 시작된 코로나는 100m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 경주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철저하게 방역하고 개인별 방역 수칙도 잘 지키면서 할 것은 해 나가야 우리 자치 역량이 유지된다. 과거에 30명이 모였다면 10명씩 세 번 모이는 방식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방어하고 한편으로는 활동을 지원하면서 자치의 힘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민관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광산구도 올해 9개 동 주민 자치 총회를 온택트로 진행했다. 주민이 아나운서, PD, 리포터가 되어 총회를 진행하고, 마을 현안 48개 의제를 온·오프라인으로 투표해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가능성도 보았고, 한계도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지방 분권 시대에는 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요구되는 만큼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늘릴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도 K-방역이 성과를 거둔 이유를 강력한 공동체 의식과 고통 분담 정신, 공공선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결속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아무리 효율적인 정부라도 할 수 없는 일을 한국 시민 사회가 함께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려울 때마다 특유의 근성과 저력으로 위기를 극복해온 우리가 자치 역량을 더 키우고, 서로를 이롭게 하는 전략을 모색해 지방 정부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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