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거대사회 과연 바람직한가
2020년 10월 16일(금) 16:00
자이언티즘
게스트 노엘스 지음·박홍경 옮김

저자는 대형 항공에서 대형 공항, 대형 항공기, 대형 조직에 이르기까지 자이언티즘은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사진은 거대한 컨테이너선. <탬 제공>

“미래는 더 작고, 느리고, 인간적이다. 이 3개의 형용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규모가 더 인간미 있고 전문가와 수학적 시스템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작다. 더 이상 성장 촉진 약물과 부채에 대한 중독으로 자극을 가하지 않고 인간 본성의 흐름에 맞춘다는 점에서 느리다. 그러한 경제는 사람에게 더 가깝고 풍요병이 효과적으로 억제되며 더 이상 영구적인 약품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인간적이다. 이는 유토피아 경제가 아니라 사회, 생태, 경제 등 인류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는 경제다. 수십 년 동안 경제학자가 대학과 준과학적 이론을 통해 정책에 반영한 단면적인 경제 이념과는 매우 다르다.”(본문 중에서)

현재 게임의 규칙이 ‘대형화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그는 이를 ‘지상 최대 경제 사기극’이라고도 말한다. 이코노폴리스 CEO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게르트 노엘스다.

그의 책 ‘자이언티즘’은 너무 커서 되레 보이지 않는 경제의 실상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성장과 효율을 볼모로 기업이나 기관, 도시가 끊임없이 비대해지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은 거대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 경제가 경쟁 기회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저자는 이 같은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챔피언스리그 효과’를 예로 든다. 유럽 축구리그 챔피언스리그는 상위 몇 클럽에만 막대한 상금을 준다. 이른바 승자독식은 이전의 방식과 비교하면 이색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작은 나라 작은 리그에서 뛰던 클럽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우승컵을 드는 사례가 가끔 있었다. 명문팀이어도 작은 리그 클럽의 돌풍에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승자독식 방식에서는 숨은 영웅이 탄생하지 않는다. 몇 차례 우승을 통해 자금력을 확보한 클럽들은 몸집 불리기를 하고 유망선수를 사재기해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저자가 보기에 이러한 자이언티즘은 정부나 거대한 기업, 초대형 도시들도 예외가 아니다. ‘비정상적 성장’을 했다는 의미다. 모든 거대화는 건정성과 거리가 먼 왜곡현상이다. 정상적이지 못한 성장의 이면에는 실물경제의 성장을 동반하지 않는 금융잔치가 있다.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돈을 더 빌려 쓰도록 유도한다. 물론 저자는 자본주의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경제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본 규칙마저 어기며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위기에 처하면 정부가 국민세금이나 새롭게 찍어낸 자금으로 지원해준다는 사실을 안다. 대기업과 대형병원, 대규모 학교도 마찬가지다. 덩치가 커져야 정부 정책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성장률이라는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탓에 공정한 경제, 건전한 경제 시스템은 무너지고 있다. 더 큰 기업을 만들어 성장을 이루려 한다. 세계 주요국들의 성장률은 이런 식으로 달성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하지만 우리가 모색할 변화는 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아래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탬·1만4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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