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배추대란’ 걱정할 필요 없다
2020년 10월 14일(수) 00:00

유 현 재 농협중앙회 환경농업교육원 교수

올 여름 이어진 태풍과 장마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다. 배추와 무의 가격이 크게 올랐고, 사과, 토마토 등 여러 농산물 가격도 상승했다. 배추는 평년 대비 81%나 올라 소매 가격은 평균 1만 원을 넘어섰다. 소비자들은 언론의 ‘김장철 배추대란’이란 헤드라인 기사를 보면서 벌써부터 겨울 김장을 걱정하고 있다. 심지어 전체 물가 구조에서 6% 내외인 농산물의 가격 상승을 소비자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며 김장철 배추 수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어 안타깝다.

올해 작황 부진으로 최근 배춧값이 급등한 것은 분명 사실이요, 팩트다. 하지만 이런 현상 때문에 김장철 배추대란을 걱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배추는 주로 강원도에서 재배되는 고랭지 배추로 지난해보다 재배 면적이 7% 감소했다. 더불어 지루한 장마로 생산량이 급감해 9월 말 배추 한 포기 소매 가격은 1만 1883원이었다.

하지만 김장철 배추는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고랭지 배추가 아니라 주로 해남에서 재배하는 가을 배추이다. 가을 배추의 경우 올해 재배 면적이 1만 2783ha로 지난해보다 16% 늘어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긴 장마로 인한 고추, 마늘 같은 양념 채소 가격을 우려한다면 모르겠지만, 현 상황에서 김장철 배추대란이 예상된다는 기사는 도대체 어떤 사실에 입각한 것인지 궁금하다.

배추와 양념 채소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포장 김치를 많이 찾고 있다. 이에 포장 김치 생산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남는 것이 없다며 수익률 하락에 울상을 짓고 있다. 포장 김치 생산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물론 김치의 가격이 올라 포장 김치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럼 가을 배추가 나와 가격이 안정되면 다시 가격을 인하할 것인가?

농산물 수급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의 균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수급이 어려울 땐 정부의 비축 물량을 풀어 국내에서 대안을 마련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수입을 하여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무턱대고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가격을 하락시켜 소비자에게 긍정적일 수 있으나 국내 농업 구조의 붕괴를 가져와 장기적으로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손해를 안겨 준다.

우리나라는 중국, 멕시코, 이집트, 일본과 함께 ‘세계 5대 식량 수입국’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정확하지 않은 단편적 사실만으로 국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오해와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 특히 김장철 배추가격은 온 국민의 관심거리이다. 지금과 같이 작황이 좋지 않아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땐 생산 농가와 소비자 모두 힘들다. 이런 어려운 시기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업체가 없도록 정부와 농업 관련 기관에서는 관리 감독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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