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대비도 ‘뉴 노멀’에 걸맞은 방안을
2020년 10월 12일(월) 00:00

[백기영 환경부 국가환경교육지원단 교수]

‘뉴 노멀’(New Normal)이란 용어가 등장한 이후 요즘처럼 어울리는 때가 없다. 코로나 발생 이후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고 있는 이때, 기후 변화에 대한 대비는 ‘뉴 노멀’ 시대에 맞게 하고 있는 것일까?

54일 동안 이어진 올해 장마는 역대 2위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686.9㎜, 수해 피해가 유독 심했던 섬진강 유역은 최대 400㎜가 넘는 강우를 기록했고, 하류에는 200년 빈도인 350㎜의 비가 왔다. 이는 하천의 설계 홍수량인 100년 빈도를 초과한 수치이다. 강수량은 비단 올해에만 극단적인 수치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2018년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왔고, 작년 일부 지역에는 가뭄을 걱정할 정도로 강수량이 적었다.

강수량의 극단적인 변화는 기후 변화에서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지구 기온이 1도 올라갈 경우 대기 중 수증기량은 7%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까지 지난 100년간 한반도 평균 기온은 1.8도 증가하고, 강수량은 19% 가량 많아졌다. 이렇게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기후 변동성이 심해질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이번 장마나 작년의 가뭄처럼 극단적 변화가 일상화되는 기후 변화 시대에 있는 것이다.

이런 기후 변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천 정비는 예산이 지속적으로 줄어 지방 하천들은 매우 낮은 정비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댐은 환경부, 국가 하천은 국토부, 지방 하천은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어 이번 수해의 원인 분석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홍수 피해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지만 사후약방문격인 피해 복구와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희생양 찾기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그렇다면 기후 변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극단적인 강수량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뉴 노멀’ 시대에 맞춰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 첫째, 하천 시설의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홍수 피해 대부분이 지방 및 소하천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국가적인 지원과 개선을 해야 한다. 둘째, 물 관리 주체들 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리 주체가 중심이 아닌, 관리 대상이 중심이 된 댐과 하천 등 유역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물 관리 네트워크 체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선제적 방재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여 유역의 수량·재해·수질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기상청의 한국 독자 기후 모델인 한국형 수치 예보 모델 또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여 개선해 나가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수해, 태풍 피해 등 여러모로 힘든 해가 되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누구도 국가나 제약회사에게 왜 전염병을 예측하여 백신을 개발하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는다. 전염병이 발생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해와 관련해서는 200~300년 빈도의 비가 와서 홍수 발생을 예측하기 어려웠음에도 누구 책임인가로만 시끄럽다. 과연 이것이 온당한 것일까. 코로나19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같은 확산 방지책과 질병관리본부처럼 명확한 관리 체계, 그리고 백신이다.

그렇다면 기후 변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는 코로나19 대응법과 마찬가지로 향후 강수량 변화 시 피해 확산을 방지해줄 수 있는 하천 정비와 질병관리본부 같은 명확한 관리시스템 및 유기적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백신이라 할 수 있는 선제적 방재 시스템의 구축일 것이다. 기후 변화가 일상인 ‘뉴 노멀’ 시대에 맞춘 새로운 물 관리의 표준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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