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뒤에 숨어 양심을 팔지는 말아야 한다
2020년 10월 07일(수) 00:00

김 용 하 전 광주검찰시민위원회 위원장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내외까지 감염되면서 온 세계가 펜데믹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방역을 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삶에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으며, 이제는 경제적 위기와 이차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 발생 이후로 우리 삶에서 가장 필수품이 된 것이 마스크(mask)인데 이는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하여 나무, 종이, 흙 따위로 만들어 얼굴에 쓰는 물건 또는 병균이나 먼지 따위를 막기 위하여 입과 코를 가리는 물건’으로 정의가 되어 있다. 가면이나 탈도 일종의 마스크인 셈이다

과거에는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특히 은행 자동화기기 앞에서는 모자를 쓰거나 마스크 쓰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따금 복면 강도나 범죄 행위시에 착용하는 소품 정도로 생각하여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경계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엘리베이터나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경계심이 생기고,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마스크 쓰지 않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으로 다툼이 생겨서 폭력이 유발되는 사례까지 생겨 나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적 생활 문화가 완전히 바뀌고 있으며, 언제 다시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로 10개월 전의 우리의 삶이 얼마나 넉넉하고 여유로웠는지 그리울 정도이다. 마스크가 최대의 백신이라고 질병관리본부에서 공공연하게 발표하면서 온갖 매체와 SNS상에서 홍보하고 주입시키고 있으니, 이제는 마스크가 생명의 보호 장치가 되어 가고 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하고 다니다 보니 마스크라는 가리개 뒤에 적당한 자유를 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누리는 느긋한 나태와 은일, 자유 뒤에는 염려되는 점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익명의 뒤에 숨어서 인터넷에 온갖 상호 비방과 욕설·거짓 뉴스가 난무하는데, 과연 마스크 뒤에서 체면을 의식하지 않고 양심을 속이는 일은 없을까 경계하는 마음이다.

안동에 가면 하회별신굿을 하며 쓰는 하회탈이 있다. 무려 800여 년 전에 만들어져서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어 지금은 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각시·양반·부네·중·초랭이·선비·이매·백정·할미 아홉 가지이고, 그 외에 떡달이·별채·총각 세 가지가 더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빼앗겨서 국내에는 없다고 한다. 같은 사람인데도 어떤 탈을 썼느냐에 따라 때로는 초롱이가 되고, 양반이 되고, 할미, 선비가 되고, 백정이 되어 역할과 태도등 행동 양식이 달라진다.

어쩌면 둘러쓴 탈이 “탈”인지 모른다. “가면을 쓴다”는 말은 “본래의 자신을 감춘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기에 요새처럼 마스크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무의식중에라도 혹시나 진심과 진실을 속이는 일이 없을까 자계(自戒)하게 되는 것이다.

맹자의 ‘진심’편에 맹자가 제자 만장과 대화를 나누는 대목에서 “공자는 겉으로는 행동이 청렴결백한 것 같지만 속내를 감추는 사이비를 미워하셨다”라고 하고, 안자춘추에는 “쇠머리를 문에 내걸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판다. 도척처럼 행하면서 공자의 말을 한다(晏子春秋, 懸牛首於門, 而賣馬肉於內, 盜琮行, 孔子語)”고 말했다.

흔히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거나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하는 경우다. 우리가 그래도 바르게 사는 것은 채 한 뼘도 안 되는 얼굴의 체면 때문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요새 정국을 강타하고 사회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사건들이 많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심증이나 정서적으로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지만 증거가 없어 법률적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진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행위를 숨기고 면책받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자신의 양심과 본래적 가치를 숨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사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정치 지도자들이나 공인들은 신기독야(愼其獨也)의 마음을 더욱 강화하여, 자신을 경계하고, 한 점 의혹이 없이 국민 앞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