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자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한글’
2020년 10월 06일(화) 00:00

이 동 범 수필가·교육칼럼니스트

1446년(세종 25년)에 한글을 창제한 지 어언 574년이 지났으니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해마다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하면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한없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한데 우리 한글이 세계 문자올림픽대회에서 제1회와 2회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문자학회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4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회 세계문자올림픽대회에서 한글이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 대회에는 한글, 영어, 러시아, 독일 등 27개 문자들이 경합했으며, 각국의 학자들이 30여 분씩 자국 고유 문자에 대한 우수성을 발표했다.

심사 기준은 ①문자의 기원 ②문자의 구조 ③글자의 수 ④글자의 결합 능력 ⑤문자의 독립성 및 독자성 ⑥문자의 실용성 ⑦문자의 응용 개발성 등을 기초로 평가했다. 세계 문자올림픽은 가장 쓰기 쉽고, 배우기 쉬우며,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찾아내기 위한 취지로 열리고 있다. 우리 한글은 16개국이 경쟁했던 2009년 대회에 이어 또 다시 1위를 차지하여 그 우수성을 세계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날 참가한 각국의 학자들은 ‘방콕선언문’을 발표하고 자국에 한국어 전문학과와 한국어 단기반 등을 설치하는 등 한글 보급에 노력하겠다고 언급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이날 채택된 방콕선언문은 인구 100만 명 이상인 국가들과 유네스코에 전달됐다.

이처럼 우리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알파벳’이다. 영국의 언어학자 제프리 샘프슨은 한글을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라고 극찬하기도 하였다. 세계의 숱한 문자 중에서 창제 이유와 근거, 만든 날짜와 만든 사람이 밝혀진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바로 세계 문자올림픽의 심사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 한글은 우리 스스로 필요한 글자를 만드는 자주(自主) 정신,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愛民) 정신, 널리 글을 알려 사람들의 생활을 이롭게 하겠다는 실용(實用) 정신이 녹아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글이다. 오늘날 한국은 한글 덕분에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는 세계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세종대왕 탄신일을 세계 문맹퇴치의 날로 정했다.

우리의 말과 글이 훌륭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음에도 어려운 외래어를 분별없이 남용하거나 신조어, 비속어 등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 한글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들이다. 따라서 우리가 스스로 고쳐나가야 한다. 공공 언어를 순화하고 방송이나 언론 매체에서도 띄어쓰기, 철자법 등을 철저히 지켰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나 거리의 상점 간판을 보면 거의가 외래어로 표기되어 있어 난해하고 해석이 어려울 정도이다. 자칫 잘못하면 외래어를 많이 쓰는 사람이 유식하고 현대적이며 개혁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한글조차도 바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문화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글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훌륭한 문자인 한글을 가지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더 잘 다듬고 가꾸면서 사랑할 것을 다짐해야 한다. 세계에서 인정한 훌륭한 한글을 가진 민족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 한글을 더욱 발전시켜 세계의 공통어가 되도록 국민 모두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를 창달하고 애국애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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