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야기] 이상한 놈
2020년 10월 06일(화) 00:00 가가
이 정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교수
얼마전 BTS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자랑스러움을 넘어 가슴 벅차고 흥분된다. 도대체 얼마나 멋진 음악이길래? 궁금하여 유심히 들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도통 모르겠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과 어떤 차이가 있지? 어떻게 우리나라 가수 최초로 천하의 빌보드 차트를 석권할 수 있었지?
나이 들수록 서글프고 불편한 것 중의 하나가 최신 대중음악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30여 년 전에는 필자도 대중음악을 온몸으로 즐기던 팔팔한 세대였다. 특히 1991년은 7080세대들이 심취했던 발라드, 포크, 트로트류의 음악이 막바지 절정을 이루던 시기였다. 당시 조용필, 이선희, 태진아, 노사연, 김완선 등이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게 하는 스타였다.(1992년 이후에는 서태지와 힙합 음악이 등장하면서 대중음악계는 지각 변동을 겪게 된다.)
1991년 어느 날 미국 캘리포니아로부터 가냘픈 몸매와 장발에 귀걸이를 하고, 여성적인 웨이브로 흐물흐물 춤을 추는 교포 가수가 나타난다. 대중들은 ‘듣보잡’ 패션과 괴이한 음악 장르를 이해할 수 없었고, 21세기형 음악 천재는 20세기 감성에 머물러 있던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상한 놈’ 양준일은 한국을 떠난 지 30여 년이 지난 2019년에 모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와 똑같은 춤과 음악으로 재등장했고, 21세기 한국의 대중들은 신비롭고 우아한 그의 춤과 노래에 신드롬급 반향으로 응답한다. 30여 년 전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지 못했던 필자도 뒤늦게나마 그의 노래 ‘리베카’를 수시로 즐기며 미안함을 달래 본다.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들은 항상 ‘이상한 놈’으로 치부 받는다. 서양 미술 역사상 최고의 천재 화가로 인정받는 빈센트 반 고흐도 37년의 짧은 생을 비극적으로 마감할 때까지는 대중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자화상’ 등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그의 작품 세계는 사후 10여 년이 지난 후부터야 인정받기 시작해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로 칭송받는다.
최고의 혁신 아이콘으로 인정받는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도 초창기에는 실패를 거듭하는 ‘이상한 놈’이었다. 화성에 가겠다는 꿈 하나로 미국 최초의 민간 우주항공업체인 스페이스 엑스를 창업하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로켓 발사에 도전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2008년 세 번의 발사 실패와 전기차 테슬라의 출시 지연으로 힘들 때 머스크의 ‘실패’를 높이 평가한 NASA가 15억 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지금은 가장 저렴하게 우주에 물건을 날라 주는 유일한 민간 우주업체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10년간 발사 스케줄이 꽉 차있다.
광주·전남 지역 경제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제조업 기반이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못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나머지 청년층의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와 기업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쉽게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허약한 경제 체질, 수도권과의 격지에 따른 투자 유치 어려움 등으로 쉽사리 좋아지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이상한 놈의 이상한 아이디어’이다. 예를 들어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광주와 전남의 행정 구역 통합 노력은 소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쉽게 성사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이상한 아이디어’로 치부한다. 벌써 두 번이나 실패하지 않았던가? 왜 실패했나? 이상한 놈을 이상하게만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의 근시안 때문이다.
30년 전에 대중이 양준일의 천재성을 알아봤다면 대중음악은 좀더 일찍 풍성해지고 발전했을 것이다. 광주·전남은 부디 ‘이상한 놈’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들은 항상 ‘이상한 놈’으로 치부 받는다. 서양 미술 역사상 최고의 천재 화가로 인정받는 빈센트 반 고흐도 37년의 짧은 생을 비극적으로 마감할 때까지는 대중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자화상’ 등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그의 작품 세계는 사후 10여 년이 지난 후부터야 인정받기 시작해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로 칭송받는다.
최고의 혁신 아이콘으로 인정받는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도 초창기에는 실패를 거듭하는 ‘이상한 놈’이었다. 화성에 가겠다는 꿈 하나로 미국 최초의 민간 우주항공업체인 스페이스 엑스를 창업하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로켓 발사에 도전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2008년 세 번의 발사 실패와 전기차 테슬라의 출시 지연으로 힘들 때 머스크의 ‘실패’를 높이 평가한 NASA가 15억 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지금은 가장 저렴하게 우주에 물건을 날라 주는 유일한 민간 우주업체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10년간 발사 스케줄이 꽉 차있다.
광주·전남 지역 경제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제조업 기반이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못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나머지 청년층의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와 기업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쉽게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허약한 경제 체질, 수도권과의 격지에 따른 투자 유치 어려움 등으로 쉽사리 좋아지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이상한 놈의 이상한 아이디어’이다. 예를 들어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광주와 전남의 행정 구역 통합 노력은 소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쉽게 성사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이상한 아이디어’로 치부한다. 벌써 두 번이나 실패하지 않았던가? 왜 실패했나? 이상한 놈을 이상하게만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의 근시안 때문이다.
30년 전에 대중이 양준일의 천재성을 알아봤다면 대중음악은 좀더 일찍 풍성해지고 발전했을 것이다. 광주·전남은 부디 ‘이상한 놈’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