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마음의 힘으로
2020년 10월 05일(월) 00:00

한정규 문학평론가

절망, 마음이 꺾이면 모두가 꺾인다. 코로나19로 경제 위기를 맞아 곳곳에서 한숨 소리다.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벌이가 전만 못하자 ‘장사가 안돼 너무 어렵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심한 사람은 죽을 지경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한 푼을 절약하면 한 푼을 번 것이다.”라고 말했다. 벌이가 안 좋을 때는 절약도 벌이와 같다는 말이다.

수년 전 미국에서 50대 초반의 에이미 로즌 솔이라는 여인이 죽음을 10여 일 앞두고 뉴욕타임즈에 “난소암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 남편과 결혼해 줄 여성분을 찾습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제 남편은 결혼하면 금세 사랑에 빠질 남자입니다. 26년을 살아 온 제가 장담합니다”라고 죽음을 목전에 둔 여인이 자기 남편에 대한 구혼 광고를 낸 것이다. 그녀는 죽음이 눈앞인 절박함 속에서도 여유로움을 보였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어렵다고 해도 그 여인만 할까? 그 광고를 낸 여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 여인으로서는 그런 결심을 하는 순간 편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바로 고통을 행복으로, 한 푼 절약을 한 푼 벌이로 만드는, 그런 효과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하더라도 그 여인과 같이 여유를 가지면 절박함도 불행도 행복으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행운이 문을 두드릴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1960년대를 살아 온 사람이라면 지금 경기가 좋지 않아 죽겠다는, 사는 게 고통스럽다는,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1910년 이후 1945년까지 36년 간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갖은 착취를 당하고 1950년 6월 25일 남과 북이 전쟁을 치르면서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가 됐다. 196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미국인이 준 잉여 농산물 일명 ‘PL-480 밀가루 무상 원조’에 의존하며 춘궁기 보릿고개를 넘기며 살았다.

미국이 준 무상 밀가루로 연명하며 산지 개간을 하고 해안 간척을 하고 농로를 개설하고 그렇게 하여 경제 개발을 했다. 그때 우리나라 1인당 국민 소득은 미화 100달러 내외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그런 우리가 세계 200여 개국이 넘는 국가들 중에 10위권 전후로 1인당 국민소득 미화 3만 달러와 인구 5천 만 명이 넘어야 가입하는 30-50클럽에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다음으로 일곱 번째 회원국이 됐다. 잘사는 국민이 됐다. 그래서 불경기로 받는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그 고통을 털어 낸다는 것 쉽지는 않아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벤저민 프랭클린이 말한 것처럼 한 푼 절약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삶, 그 길지 않은 동안 늘 행복만 있는 것도, 그렇다고 늘 고통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때 행복이 있으면 고통이 있고 고통이 있으면 행복이 있는 것, 그 둘은 경쟁을 하듯 따라 다닌다.

지금 코로나19로 받는 생명에 대한 위협, 게다가 활동 제한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겹쳐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도 힘든 삶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은 날 지금 받고 있는 고통 보다 더 큰 행운이 올 것이라고 믿고 희망을 잃지 말고 힘을 내자고 감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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