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국립공원 탐방의 진화
2020년 09월 24일(목) 00:00

이천규 국립공원공단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서부사무소장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범지구적인 상황은 우리의 삶을 뒤흔들어 커다란 혼란을 가져왔다. 철저한 방역 속에서도 몇 번의 큰 위기가 찾아왔고 정부와 국민들은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의연하게 대처했다. 연일 언론 매체에서는 감염자 숫자를 발표하고 재난 문자가 전파 경로를 알리는 나날 속에서, 낯설게만 느껴졌던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 극복을 위한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코로나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로의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으로 국립공원 또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외출과 여행을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은 8월 기준 전년 대비 19% 감소하였고, 국립공원의 각종 문화 행사도 올해는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변화된 탐방 환경에 대응하고 국민의 ‘코로나 블루’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국립공원 또한 변화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변화의 키워드는 ‘비대면’과 ‘비접촉’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서부사무소의 경우 해상 국립공원만의 독특한 경관을 선박에 탑승해 바다 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해상 탐방 프로그램을 올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유튜브를 통해서 소개하고 알릴 예정이다. 영상을 통해 소개되는 해상에서의 경관과 섬들의 이야기는 코로나에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나아가 해상 탐방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오르고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지역 주민이 직접 해상 투어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으로, 코로나로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와 함께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경관 자원과 자연 해설을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유튜브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서부사무소’ 채널을 통해 제공 중이다. 언제 어디서는 감상할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는 코로나에 지친 일상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힐링의 기회가 될 것이다.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공원 현장도 변화했다. 우선 신안군 흑산도와 홍도에는 탐방객을 위한 비대면 생태 탐방로(Eco Trail)가 시범적으로 조성됐다. 생태 탐방로는 자연환경 해설사의 해설이 없이도 국립공원의 풍부한 식생을 경험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곳곳에 후박나무를 포함한 65종의 자생식물을 소개하는 수백 개의 수목 표찰을 설치했다. 현장 관리에도 비대면 기술을 접목했다. 흑산도, 홍도, 조도, 관매도와 같은 탐방객이 주로 찾는 도서 지역에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ICT 혁신기술 기반 CCTV가 도입됐다. 이 CCTV는 탐방객을 감지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사용과 같은 이용자 수칙을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쌍방향 소통 기능을 활용해 탐방 안내 서비스를 원격으로 제공한다.

국립공원에서 진행하는 교육과 캠페인도 변화했다.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돌피니 바다 유치원’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과 체험 키트 제공을 통해 비대면으로 운영된다. 코로나로 대면 수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1만 2000여 명의 미래 세대가 참여해 큰 호응을 얻었다. 탐방객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줄 심폐 소생술 교육도 ‘비대면 심폐 소생술 체험존’으로 모습을 바꿨다. 강사가 없이도 동영상 교육, 음성 안내, 체험 장비를 통해 심폐 소생술을 익히고 자체 테스트까지 가능해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교육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여객선사의 좌석 시트 홍보 문구 표기와 QR코드 같은 비대면 아이템들 활용하여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코로나가 가져온 환경의 변화는 국립공원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 변화의 바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바람에 발맞춰 국립공원은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발굴하고, 안전하고 다양한 탐방 환경을 조성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장구(長久)한 시간 동안 본연의 자리를 지켜온 자연처럼 국립공원은 늘 국민들 옆에 자리하며 자연의 혜택을 되돌려 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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