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설 감리 제도 투명하게 운영해야
2020년 09월 16일(수) 00:00

강현구 대한건축사협회 광주시건축사회장

좋은 교육 환경은 올바르고 훌륭한 학생들을 키워 내는 데 있어서 필요충분조건 중 하나다. 그런 까닭에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핀란드나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학교 시설 개선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에서도 학생수 급감에 따른 학교 공간 혁신 방안 수립과 각 구역별 학생수에 따른 적정 규모의 학교 시설 신축과 증축, 그리고 교실 환경 개선 공사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건축사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학교 시설 사업 전반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광주시교육청에서 발주하는 모든 건설 사업에 대한 감리 업무를 그 산하에 설치된 학교 시설 감리단이 직접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광주시의회 이홍일 의원도 지난 2018년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행정 사무 감사에서 “2016년~2018년 시설 공사 15건을 분석한 결과, 준공된 지 1~2년 사이에 28건의 하자가 발생한 부실 공사였다”고 밝히고 “다수의 하자가 발생한 것은 공사 감리를 외부 감리 기관에 의뢰하지 않고 자체 감리로 실시해 봐주기 감리를 했기 때문 아니냐”며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발주자와 감리자가 동일한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나아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점도 또렷해지고 있다.

전문성, 투명성, 공정성,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미 오래전에 설계와 감리를 분리하는 제도가 도입되었고, 심지어 민간 공사는 부실 감리를 방지하기 위하여 발주처 및 계열사가 감리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안전 감리원 제도의 도입과 상주 감리 대상의 확대가 예고되었으며,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다수의 행정 기관에서는 시민 감리단 운영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서울특별시를 비롯하여 17개 시·도 교육청 중 감리단을 운영하고 있는 시·도는 광주, 전남, 경남 교육청뿐으로 그 외는 감리 업무를 외부 용역으로 발주하여 감리 조직 운영에 따른 고정적인 운영비를 없애고, 업무 효율성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한 기반을 다짐과 동시에 외부 발주를 통해 지역 건축 경기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이에 전남교육청도 조만간 감리 용역을 외부로 발주하는 개선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광주시교육청도 발주처와 설계 건축사가 아닌 제3의 건축사가 감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감리 용역을 외부에 별도로 발주하여야 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각종 학교 시설 공사 용역 입찰 시에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공고가 적지 않다. 국가에서 정해 놓은 업무에 따른 대가 기준 대신 교육청 자체 대가를 산정해 적용하거나, 공사 변경에 따른 추가된 용역비의 미지급 사례도 빈번하다. 또한 시설 보수 공사에 대한 저가 수주 요구 및 공고를 하는 등 불합리한 용역 입찰 진행은 가뜩이나 어려운 건축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건축·건설 산업군의 경기 부양을 가로막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 공사의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우려가 된다.

우리 광주시건축사회에서는 올해 초 광주시교육청에 자체 감리단의 운영 중지와 학교 시설 공사 입찰 운영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을 여러 번 제기하고, 장휘국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였지만 결국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학교 공간 혁신을 전국 시도교육청으로 확대하기 위해 2023년까지 교실 단위 공간 혁신(1250개 교)과 학교 단위의 공간 혁신(500개 교) 사업을 지원하는 ‘학교 시설 환경 개선 5개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노후 환경 개선을 통한 쾌적한 학교와 위험·위해 요소 없는 안전한 학교, 미래 교육에 대응하는 학교 공간 혁신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두고 정책을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현 정부의 교육 정책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장휘국 교육감은 이 목표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축사들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의 협조가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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