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비상 촛불을 들자
2020년 09월 15일(화) 00:00

이기영 호서대 명예교수

하늘이 뚫린 듯, 노아의 홍수 시대가 재현되려는 듯, 해수 온도가 상승해 연이어 태풍을 만들고 북극 빙하가 녹아 생긴 수증기가 하루 400밀리나 되는 물 폭탄으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내며 한반도를 강타했다. 얼마 전 일이다. 최근 전 세계가 코로나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엄청난 폭우가 한국·일본·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를 휩쓸어 5천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또한 지난겨울 7개월 동안 남한 면적 1.5배를 태운 호주와 연중 꺼질 줄 모르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 유럽의 열폭탄과 북극의 38도 폭염, 미국의 괴물황사 등등. 지구온난화로 인한 심각한 피해로 지구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무한 탐욕을 부채질한 산업화와 화석연료 남용, 자본주의·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결과다.

이대로 가면 얼마 안 돼 인류 문명 자체가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생태계 파괴가 부를 끔찍한 공멸을 막기 위해 이젠 거꾸로 역성장도 불사할 기후 위기 비상 촛불을 들어야 한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80만 년 동안 180~280ppm을 유지하다가 산업혁명 이후 증가하기 시작해 90년대에 신자유주의로 넘어가며 급증해 2015년 처음으로 400ppm을 넘어섰다. 2018년 세계 기후과학자들이 인천 송도에 모인 제48차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총회에서는 2도도 위험하다며 상승 제한 폭을 1.5도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이고, 2050년이 되면 화석연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당시 학자들은 1.5도를 돌파하는 시점이 2035~2045년이 될 거라고 보았지만, 갑자기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5월 측정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세계 평균 471ppm으로 지난 1만 년 동안 평균치의 두 배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최근 세계기상기구가 앞으로 5년 이내에 1.5도를 넘을 확률이 24%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기에 고려되지 않은 변수가 더 많이 있다. 시베리아 동토는 대기의 두 배 넘는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지구가 더워져 대량으로 배출돼 티핑포인트(임계점)에 이르면 연쇄반응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면 지온 상승으로 지하의 고체 메탄까지 가스로 분출돼 대폭발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점이 온실가스 계산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감축하지 않으면 인류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처한다는 게 세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럽연합(EU) 각국이 이미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한 가운데 문명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7월 프랑스와 영국은 오는 2040년까지 휘발유와 경유 차량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노르웨이도 2025년부터 100%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만 판매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6월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 시장은 시내 지상 주차 공간 6만 개를 없애고 대신 자전거 도로를 대폭 늘리겠다는 공약으로 재선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한국은 그린뉴딜이란 미명으로 최악의 온실가스원이자 미세먼지의 원인인 석탄발전소를 계속 더 짓고 다른 나라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여기에 탈석탄이나 탈탄소 전환으로 인한 고용 충격 대책은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대기 질은 OECD 36개국 중 35~36위, 기후변화 대응지수는 61개국 가운데 58위로 세계 4대 ‘기후 깡패 국가’(climate villain)로 불린다.

기후 위기는 지나가는 위험이 아니라 일단 드러나면 가속화되고 종국엔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끔찍한 위험이다. 이제 우리도 근시안적 자국 중심의 일방 경제성장 정책에서 벗어나 기후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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