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
2020년 09월 15일(화) 00:00

조옥현 전남도의회 의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분노하는 시민들을 자주 목도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과 음식을 나누는 일상의 작은 행복들이 사라졌다. 무더위와 싸우면서 각자의 일터에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과 일거리를 잃은 사회적 약자들, 폐업하는 가게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전염병에 걸리고 싶어서 감염된 사람은 없겠지만 정부와 방역 당국의 조치를 어기고, 집회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자신의 동선을 속이고, 당국의 추적을 피해 코로나19를 확산시킨 사람들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 나도 모르게 속에서 열불이 난다.

우리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은 서구와 달리 타인에게 전염병을 전파하지 않을 용도로 착용하는 측면이 있다. 병에 걸려 건강을 잃을 두려움에 더해 만일 내가 코로나19에 걸려 내 자녀와 가족에게 전염시키면 어쩌나? 내가 속한 직장에 피해를 주면 어쩌나? 내가 접촉한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상당히 이타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헐리우드 영화 배우인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에 따르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도 6단계를 거치면 연결된다’고 한다. 중간에 최대 5명의 지인만 있으면 누구든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디지털화, 알고리즘 등 IT기술 발전과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친구가 3천 명 있으면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를 통해 몇 단계만 지나면 다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넓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향력을 주고받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우리 손으로 국민의 대표를 뽑는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측근들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지 않은 권력으로 국정 농단을 일삼을 때 분연히 일어나 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불합리하고 잘못된 법과 제도로 인해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없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있다.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누구나 전염병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실제 내가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개인 위생에 만전을 기하는 행동이 우러나는 것처럼, 나도 언젠가는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다 같이 공감할 때 이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혁하려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늘어 노동자가 과로사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배달 폭주로 인해 오토바이 사고가 12% 가량 증가했다는 기사도 있다. 한 푼이 아쉬워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을 한 사례도 있다. 한 단계 두 단계를 거치면 알 수 있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다. 전염병이 무서운 이유는 한 명이 열 명이 되고 열 명이 수천 명이 되는 기하급수적 전파력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간은 고립된 섬이 아니다.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연대 의식, 공동체 회복, 아니 우리가 모두 공동 운명체라는 것에 대한 성찰이다. 지인 추천으로 얼마 전에 본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를 잠깐 소개하고 마칠까 한다. 중학교에 입학한 트레버는 사회 선생님이 내 준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 숙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긴다. 주인공이 생각한 아이디어는 ‘도움 주기’라는 것이다. 무언가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해 주되,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른 세 사람에게 똑같은 조건의 도움을 베푼다는 것이다.

우리는 변화에 너무 겁을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 된다고 미리 포기하는 것인 지도 모른다.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사랑을 전파할 수 있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폭풍우를 몰고 온다”는 나비 효과 이론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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