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잇단 과로사 방지 대책 서둘러야
2020년 09월 08일(화) 00:00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택배업계가 전례 없는 활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배달 물량 급증에 따라 택배노동자들이 과로로 쓰러져 숨지는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호남지부 소속 택배 노조원들은 엊그제 광주시 남구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 자신들의 고유 업무인 배송 업무만 수행하고 분류 작업은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분류 작업은 택배 기사들이 물류센터에서 자신의 배달 지역에 온 물량을 차에 싣는 것으로, 그동안 과로의 원인으로 지적받아 왔다. 별도 수당도 없어 ‘공짜 노동’으로 불린다.

택배 노조원들은 회사가 해야 할 분류 작업을 자신들이 떠안으면서 여기에만 하루 평균 다섯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하루 수백 개의 물량을 시간에 맞춰 배달하느라 식사는 물론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의 업무 강도는 살인적이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최근 공개한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상 재해 승인을 받은 택배 기사 다섯 명이 쓰러지기 전 일주일 평균 노동 시간은 69시간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도 일곱 명이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졌다.

특히 추석 연휴와 농산물 수확 철이 겹치는 이번 달에는 택배 물량이 평소보다 50% 이상 폭증할 것으로 예상돼 택배노동자들의 근로 여건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택배 회사들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택배노동자들에게 떠맡겼던 분류 작업을 위한 인력을 새로 확보함으로써 이들의 근로 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택배 기사들이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노동자로 자리 잡은 만큼 업무 강도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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