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광주도시계획 이렇게] 시민 참여 확대로 시민이 만드는 도시계획을
2020년 09월 07일(월) 05:00

[윤 희 철 광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우리가 집을 지을 때를 생각해 보자.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면서 사진이나 스케치, 자료, 요구 사항 등을 정리해 의뢰한다. 꼼꼼하게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해 자신이 원하는 집을 만들려고 수많은 스케치와 설계도를 검토한다. 그런데 건축물이 모여 도시를 이루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평생 발을 딛고 살아가는 광주의 도시계획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충장로나 금남로에 가 보면 좁은 도로지만 바둑판처럼 격자형 가로망이 있다. 대부분 이 도로의 패턴이 언제부터 존재하는지 아무도 의식하지 않지만, 기록상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것으로 추정한다. 예전에 이경찬 교수의 글에서 힌트를 얻었는데, 오늘날 경주, 전주, 상주와 같은 도시들을 보면 유사한 가로망 패턴이 존재한다. 이 도시는 모두 통일 신라 시대 9주 5소경이었고, 우리 광주는 당시 무진주였다. 충장로와 금남로를 대상으로 고고학 조사를 하지 않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당시의 도시 공간 패턴이 천년이 지난 오늘날 원도심을 이루는 것을 보면, 한번 계획한 도로나 건축물이 공간에 구현되면 얼마나 긴 세월을 유지하는지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도시계획은 중요하다. 우리는 지방선거 때마다 4년간 광주시를 이끌 리더를 뽑으려고 심사숙고한다. 하지만 앞으로 천년을 넘게 광주의 공간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도시 기본계획은 그저 전문가, 공무원에만 의지한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는가.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 공동의 미래를 그리는 도시 기본계획 2040에 145만 광주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제까지 해보지 않아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참여의 방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참여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여성,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로 판단되는 계층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 20년 후 이 도시의 주인으로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판단할 청소년이 적극 참여하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풍영정천에 대한 방향 설정을 할 때 특이한 경험을 했다. 풍영정천 주변의 학교 학생들 7000여 명이 참여했다. 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운 초등학교 1학년의 아이들의 경우 그림을 그려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참여의 영역을 어른으로만 생각했던 필자의 무지를 반성한 시간이었다.

또 하나는 계획 수립에 이전 도시 기본계획처럼 고작 100명이 참여하는 형태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들의 대표성도 문제이지만, 관심을 갖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장을 열어야 한다. 혹자는 요즘 말로 플랫폼이라 한다. 시민이 참여해 도시의 방향을 설정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해 전문가, 공무원들이 계획의 초안을 만들면 웹 페이지를 통해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개인, 시민사회단체, 주민 조직 등 우리 광주를 이루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생각하는 의견을 모아 문서를 작성하고, 각자의 의견을 피력할 공간을 마련한다. 이렇게 수차례, 수십 차례 그 과정을 거쳐 모든 시민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공청회 몇 번으로 끝낼 생각은 과거의 계획 수립에나 통용되었던 일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수가 모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번을 기회로 삼고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이 도시에 사는 누구도 참여의 권리가 있고, 이 권리가 존중되는 도시 기본계획 2040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살고 일하며, 참여하는 도시’의 시대다. 이는 인권 도시 광주의 참 면모를 보여 주고, 광주의 미래를 모두 함께 그리는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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