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안은 목포시, 사랑의 도시로 기억된다
2020년 09월 04일(금) 00:00

박홍률 전 목포시장

일생 동안 깊이 생긴 상처부터 작은 생채기까지 수많은 아픈 기억 속에서 살지만, 우리가 반드시 뼛속까지 새겨 기억해야 하는 아픔 중 하나가 세월호 참사다. 인간은 망각이라는 영속적 멍에를 짊어지고 살고 있다. 망각을 극복하는 것 또한 인간의 의지에 달려있다. 우리는 수많은 사건 속에서 아픈 기억은 훌훌 털어내어 잊고자 안간힘을 써 보지만 세월만큼 약이 되는 것은 고금 이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한다.

다만 재발 방지 다짐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다는 것 또한 서로가 공감하는 대목이다. 인간이 지닌 한계다 치부하지만 세월 속에서 이뤄지는 풍화 작용처럼 묻히고 덮이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현실이다.

세월호가 목포에서 영면한다는 소식을 듣고, 세월호가 남긴 의미를 다시금 되새긴다. 우리의 잘못으로 우리의 가장 소중한 생명을 잃은, 가장 가슴 아픈 상처이기 때문이다.

그때의 기억은 너무나 커다란 놀람과 아픔이었다. 2014년 4월 16일. 목포시장 선거에 출마한 필자는 방송을 통해 고향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기울어 가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조도면 관매도라는 먼바다 섬에서 나고 자라 크고 작은 해양 인명 사고를 목격했던 터라,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1960년대 해남 화원 앞바다에서 발생한 천신호 사건, 또 비슷한 시기에 팽목항 인근에서 발생한 한성호 사건 등 수많은 인명을 잃었다.

고향 부근에서 가슴 아픈 사고를 지켜봤던 터에, 또다시 선박 전복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끔찍한 사태에 엄청난 충격이 가슴으로 미어지듯 쓸려 왔다. 실종과 사망자가 한 사람도 없이 전원 구조 되기를 손 모아 절실하게 기도했다.

그러나 모두가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도움을 줄 수 없는 무력감에 내 자신을 자책했다. TV를 통해 사고 영상을 접한 모든 국민이 나와 같았을 것이다. 패닉 감정을 추스르며 제일 먼저 고향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선후배들에게 “뭐라도 좀 해 봐라”는 간절한 내용의 전화를 걸었다.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현장 인근을 찾았지만 야속한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당시 고향 지인들이 참사 발생 인근 해역에서 소형 어선으로 구조 활동에 동참해 최선을 다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우리 모두가 귀중한 생명을 구하고자 노력했지만 희생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그날로부터 약 3년이 지난 2017년 3월. 이번에는 세월호 인양 후 임시 거치할 장소가 필요했다.

당시 목포시장이던 필자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부터 임시 거치 장소 제공을 요청받았고, 시민들의 동의를 구해 현 위치인 신항만 부두에 임시 거치가 이뤄졌다. 일부에서는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많은 시민이 인도적 차원에서 아픔을 함께하자는 뜻에 동의했다.

세월호 임시 안치가 결정되고 배가 인양된 후 신항으로 향하자 목포시민들은 모두 하나 되어 힘을 모았다. 시민들은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며 진정으로 아픔을 함께 나눴다. 희생을 달게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봉사에 동참했다. 전 국민은 목포시민들의 결정과 희생, 참여에 갈채를 보내왔다.

다시 3년 남짓 세월은 흘러 지난 8월 18일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선체 영구 보존 거치 장소로 신항만 배후 부지인 고하도를 최종 선정했다. 목포시민들의 74%가 안치에 동의했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단체가 신항만 배후 부지를 가장 선호했다는 의견을 토대로 결정한 것이다.

목포시민들은 다시 한번 배려와 사랑으로, 희생을 감수하며 선체 보존의 뜻에 함께 동참했다. 시민들은 세월호와 함께 목포가 기억의 도시, 치유의 도시, 사랑의 도시가 되는데 숭고한 뜻을 같이했다.

6년이 넘게 흘렀지만 우리는 그날의 아픔과 세월호가 남긴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의 고하도 영면이 생명의 고귀함과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아픔이 주는 교훈을 영원히 되새기고 반성하며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다.

역설적으로 ‘망각하기 때문에 약속이 생겼다’는 말처럼 우리는 망각할 수 있기에 약속한다. 그날의 아픔과 희생자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희생자들은 가슴속에 남아 영원히 소중한 교훈을 일깨워 줄 것이다.

온 국민은 세월호가 안치된 한반도의 서남단 목포를 사랑의 도시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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