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학관, 지금은 콘텐츠를 논할 때다
2020년 08월 26일(수) 00:00

임 원 식 시인·한국예총광주연합회 회장

현재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광주문학관’ 건립 부지를 놓고 최근 다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문학인들이나 시민들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민주 사회이다. 그러나 광주문학관 건립 부지는 이미 여러 절차를 거쳐 확정된 바 있다.

비유하자면 벌써 배가 출항하여 목적지를 향해 바다 한가운데를 항해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항구를 떠난 배를 다시 회항하도록 하는 의견이라면 이는 결코 광주문학관 건립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다시피 광주는 전국의 시도 지자체 중 세종시를 제외하고 ‘문학관’이 없는 유일한 도시이다. 광주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라는 특성을 가진 도시이기에 더욱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광주시 당국이 ‘문학관’ 건립 의지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문학관 건립 의견들이 논의된 뒤 광주시에서는 2008년 문학관 건립 관련 용역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3년 ‘빛고을 문학관’이라는 이름으로 건립 사업을 실행하던 단계에서 부지 문제를 둘러싼 잡음 때문에 좌초하고 말았다. 당시 ‘빛고을 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는 문학관 우선 협상 대상자 1순위로 ‘명성예식장’을, 2순위로는 ‘히딩크호텔’을, 3순위로는 옛 ‘현대극장’을 선정한 바 있다. 한데 거액의 기부금 요구, 부지 임의 변경 등의 잡음으로 시민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됐다. 따라서 문학관 건립 추진은 딱 거기에서 멈추고 말았다.

하지만 이렇게 좌초된 문학관 건립 사업을 광주문인협회와 광주전남작가회의를 비롯한 문학 단체들이 나서서 다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2017년 7월 17일 광주시와 광주시의회·광주문인협회·광주전남작가회의가 주관하는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 간담회’가 열린 것이다. 이 간담회에는 문학지 발행인, 학계, 경제계 등의 인사들도 대거 망라돼 충분한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후 시민들을 대상으로 1만인 서명 운동을 펼쳐서 문학관 건립에 대한 요구를 시 당국과 시의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2017년 9월 26일 지역 문인 단체, 학계, 언론계, 사회단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2차 추진위원회’를 갖고 “광주의 문학을 위한 거점 공간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렇게 해서 광주문학관 건립에 대한 문인들의 소망을 이룰 길이 다시 열리게 된 것이다.

광주시는 문학인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2018년 1월 16일 “문학을 브랜드로 지역 문화자산을 알릴 수 있는 문화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그해 2월부터 7월까지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한다”고 발표하고 문학관 건립 추진의 돛을 올렸다.

용역 업체가 선정되어 용역에 착수한 후 시민 공청회, 중간 설명회. 최종 설명회를 거쳐 2018년 12월 14일 보고회를 갖고 최종 후보지 네 곳 가운데 1순위로 광주 북구 각화동 시화 문화마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광주문학관 건립 사업은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조건부 통과됐고, 171억 원의 예산을 들여 부지 6369㎡에 연면적 2730㎡,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하기로 했다.

이로써 광주문학관 건립 사업의 큰 틀이 마련된 셈이다. 지금 광주문학관 건립이라는 선박은 이미 희망봉을 돌아 2022년 대망의 도착항을 향해 대해를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건립 장소를 가지고 논의하자는 것은 목적지를 포기하고 떠나온 항구로 다시 뱃머리를 돌리자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그런 의견이 있었다면 공청회와 설명회가 진행될 때 말했어야 한다. 배는 이미 떠났다. 따라서 지금은 건립 부지 선정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 그 공간에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때이다. 어떻게 하면 타 시도와 다른 광주 문학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창의적 제안을 개진할 때인 것이다. 어찌 이제 와서 또다시 세월을 낭비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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