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영광의 미래가 있다
2020년 08월 24일(월) 00:00

[김준성 영광군수]

영광 바다는 지금 ‘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들 하지만 바다를 둘러싼 각종 문제들로 고심이 깊다.

최근 들어 영광 칠산바다를 중심으로 7개가 넘는 민간 사업자들이 대단위 해상 풍력단지 조성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업 구역 축소와 바다 생태계 변화를 우려하는 지역 어민과 사업자 간에 찬반 분쟁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제시한 해상 풍력 발전 방안 등을 토대로 현장에서 각각의 이해와 여건을 감안해 조율해야 하는 역할이 영광군에 주어졌다.

영광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굴비 산업은 원재료인 참조기 어획량 감소와 굴비 식품 다변화 부진으로 매출액이 매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굴비는 냉동 저장이 가능해 수급 조절이 가능한 유일한 양식 품종이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영광군에서는 해양수산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공모 사업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머지않아 좋은 성과가 들려올 것으로 기대가 높다.

영광군은 송이도, 낙월도 등 64개의 보석 같은 섬을 갖고 있다. 이들 섬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전국 각지의 방문객들이 안전하게 오가고, 살고 싶은 섬으로 가꾸기 위해 올해부터 5년 동안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그동안 조명을 받지 못했던 서해바다 영광의 섬들이 하나하나 그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영광 바다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와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 그리고 지자체의 현명한 결단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시간을 과거로 돌려 보면 세계사를 바꾼 힘도 바다에서 나왔다. 고대 그리스는 지중해를 장악함으로써 번영을 누렸고, 스페인은 무적함대의 활약으로 국제 사회의 패권을 잡았다. 우리나라 역시 장보고 대사의 청해진에 힘입어 동북아시아의 해상 무역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금 정책을 펼친 명나라는 정화함대로 누렸던 해양무역 네트워크를 상실하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바다는 보고(寶庫)다. 인류에게 너무도 다양한 것들을 제공해준다. 먹을 것과 볼거리는 물론 질병을 치유하고, 예방해주는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해상 풍력이 한국판 뉴딜 에너지 정책의 중심에 서 있다.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이야말로 향후 인류가 의지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이러한 가치를 알고 있기에 전국 74개 연안 시·군이 해양 수산 분야에 예산과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영광군청 해양수산과 입구에는 ‘바다에서 답을 찾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영광의 미래를 바다 경영에서 찾겠다는 의미가 담긴 표어다. 영광의 육지 면적은 475㎢에 불과하지만, 그 다섯 배가 넘는 2464㎢의 해역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육지가 가진 잠재력의 다섯 배 이상을 가진 영광 바다에서 영광군의 미래를 디자인하고 그 해답을 찾겠다는 의미다.

영광군은 미래 바다 경영을 위해 ‘바다드림팀’을 구성, 분과위 중심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바다드림팀’은 영광군의 해양 수산 행정의 미래 비전 제시 등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분과위별로 각각의 연구 과제를 맡아 진행하게 된다. 이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첫 시도로, 해양 수산 관련 전직 관료, 학계·산업계 관계자, 국책연구소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의 중량감 있는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정부 정책을 접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분과위는 자율적인 연구에 나서 자문 위원과 전문가 위원 등이 참석한 전체 회의에서 검증해 최종 선정된 연구 과제는 중앙 부처와 전남도에 건의해 관련 사업비를 마련하는 역할까지 하게 될 것이다. 이미 분과위에서 영광 해상 풍력 주민 수용성 방안, 칠산바다 관광유람선, 불갑천 어도(고기길) 설치, 관광형 등대 등 16개 연구 과제를 제안하고 추진중이다. 당초 3월 중에 발대식과 첫 회의를 가지려 했으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잠시 연기했다가 지난 7월 28일 해상 풍력 등 현안 업무 전문가·분과위원장 첫 회의를 가졌다.

첫 회의에서 참석한 위원들의 다양하고 전문적인 식견을 듣고 영광 바다의 소중함을 한 번 더 실감했다. 바다로 나가 영광의 미래를 바라봐야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앞으로 이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가면서 어민 및 어업 현장과 소통을 강화하는 적극적인 ‘바다 행정’을 통해 바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자체 역량을 키워 국가 해양 수산 분야 발전에 기여하는 영광군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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