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었다” 5·18 묘역에 무릎 꿇은 김종인
2020년 08월 20일(목) 00:00 가가
“5·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 벌써 일백 번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떼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를 방문,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과거 당의 태도와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에 대해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광주 도착 직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5·18 민주화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은 뒤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낭독했다. 그의 사과는 자기반성으로 시작됐다. 자신이 과거 신군부가 설치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재무분과 위원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그동안 여러 번 용서를 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심에 빠진 광주 시민과 군사정권에 반대한 국민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다시 한 번 사죄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5·18을 앞두고 당내 인사들이 쏟아 낸 막말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면서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죄를 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추모탑에 헌화한 뒤 15초가량 무릎을 꿇고 묵념했다. 5·18 민주화운동 40년 만에 처음으로 보수 정당 대표가 오월 영령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춰 진정한 사죄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김 위원장의 사죄는 당의 불모지인 호남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의 하나이겠지만 그동안 보수 정당이 보여 준 모습에서 진일보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이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광주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 첫 관문은 40년이 지나도록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5·18 진상 규명과 역사 왜곡 처벌 등을 위한 5·18 관련 법안의 처리가 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사죄는 당의 불모지인 호남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의 하나이겠지만 그동안 보수 정당이 보여 준 모습에서 진일보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이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광주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 첫 관문은 40년이 지나도록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5·18 진상 규명과 역사 왜곡 처벌 등을 위한 5·18 관련 법안의 처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