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삶의 질 높이는 구간 경계 조정
2020년 08월 14일(금) 00:00

임택 광주 동구청장

광주 자치구 간 경계 조정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2011년 소폭 경계 조정을 단행한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일각에서 몇 차례 경계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나 지역 여론이 한데 모이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다행히 4·15 총선이 끝나고 21대 국회가 출범하며 2022년 6월 지방선거까지 2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지역 국회의원 8명이 같은 당 출신인 것도 이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논의가 탄력 받을 수 있는 호재는 또 있다. 집권 여당이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행정 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백년지대계를 역설하고 있어서다. 행정 수도 이전이 수도권 과밀 억제 해소와 지역 혁신 성장에 방점을 둔다면 광주 자치구 간 경계 조정은 지역 불균형 심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관건은 구간 경계 조정을 단순히 어느 지역이 손해를 보고 또 이익을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게임’으로 바라볼 때 논의의 실마리가 찾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구간 경계 조정이 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게임’인지를 세 가지 관점에서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행정 서비스 효율성 제고 측면이다. 올해 5월 기준 광주 인구는 동구 9만 9000명, 남구 21만 7000명, 서구 30만 명, 광산 41만 명, 북구 43만 명 순이다. 5개 자치구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동구는 인구가 가장 많은 북구와 네 배가 넘는 차이를 보인다. 재정 규모에서도 동구 2614억 원, 남구 3510억 원, 서구 4481억 원, 광산 5958억 원, 북구 6646억 원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인구가 많은 자치구 주민이 더 수준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받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구가 많은 만큼 복지비 부담은 해마다 늘고 주민 1인당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 체육시설, 도서관 수도 부족하다. 공무원이 감당해야 할 행정 업무도 많아 민원인 대기 시간은 길어지기 일쑤다. 인구가 과소해도 문제지만 과대해도 행정 서비스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대한민국 행복지도’에서 인구 많은 도시들을 제치고 광주 동구 주민들의 행복 지수가 호남권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둘째, 갈수록 커지는 지역 격차를 인위적으로라도 시정해야 시민들의 지속 가능한 삶이 가능해진다. 문재인 정부가 행정 수도 이전과 한국판 뉴딜 추진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에 발맞춰 우리 지역도 더 늦지 않게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구체적인 균형 발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니 계수를 활용해 광주 5개 자치구 소득 균형 수준을 측정한 결과 각종 통계, 지방 행정, 지방 재정, 지역 발전 등 전 분야에서 지역 격차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라도 빨리 인구 불균형을 바로잡는 지역 재편으로 시민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셋째, ‘지도에 금 긋기’식 재편이 아닌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경계 조정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자치구별 지역 개발을 통한 자력갱생(自力更生) 주장도 1단계 경계 조정으로 인구 규모의 형평성을 맞추고 난 이후에나 가능하다. 동구가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 관광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규모의 균형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권이나 지역의 이해에 매몰돼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일에 게을리 한다면 후세대들이 나중에 기성세대를 질타한다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터이다. 시민 모두가 동일한 편익을 누리고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전체적으로 고르게 성장 동력을 기를 때 그 도시는 미래가 기대되는 혁신 도시, 누구나 살고 싶은 매력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한마음 한뜻으로 준비한다면 현상 유지의 안온함을 넘어 분명히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과 시민 사회에서 협의 테이블을 마련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하고 미래 동력을 마련하는 광주 자치구간 경계 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다. 필자는 그 길에 광주의 미래가, 공동체의 행복이 달려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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