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안보팀 개각에 거는 평화 비전
2020년 08월 12일(수) 00:00

양 홍 목사·시인

사람은 역사 속에 살면서 새 역사 창조의 사명을 담당해야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가혹한 현실의 비관적 상황 아래서도 새 세계 건설에 대한 희망은 끝내 버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8·15 광복절을 전후하여 민족과 통일, 세계 인류 역사를 생각하게 된다. 분단된 국토, 이데올로기 투쟁, 6·25 동족상잔의 비극, 그보다 이런 비극이 다시 되풀이될지 모르는 절박한 현실에서 민족의 장래는 과거보다 더 긴장과 불안을 던져 주고 있다, 그것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닌, 국제 정세가 빚어낸 타율에 의한 불행한 국운이었는데 지금은 엄연하고 냉혹한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역사적 배경, 복잡한 국제정세, 이런 것들이 얽혀서 언제라도 피를 보아야 끝이 날, 폭발 직전의 화약고처럼 된 이 땅에서도 우리는 평화 통일의 비원을 버리지 못한다. 현실이 절박해져 갈수록 그 염원은 절실하다.

이런 때 8·15 선언, 선의의 경쟁 제언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얼마 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의 폭파는 불행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 통일의 이상을 버릴 수 없다. 현실적으로 두 개의 한국을 인정하고 평화 공존을 모색하는 차선의 결과가 된다면 유감이지만 평화 통일의 이상으로 가는 길이 된다면 단계적 해결의 모색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세계 현실 속에서 우리가 담당한 사명이나 전달해야 할 케리그마(kerygma)는 바로 화해다. 세계의 이성이 냉전의 긴장을 풀고 대화와 공존을 모색할 수 있도록 후회 없이 전진해야겠다.

화해를 전하는 증언은 환상의 평화를 잠꼬대처럼 전하는 거짓이나 속임수가 아니다. 화해·평화·자주·통일은 역사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 의하여 선포되고 성취되는 법이다. 필자는 화해만이 평화 통일이라는 새나라 건설의 비전을 볼 수 있는 법이라 믿는다.

평화 통일, 둘 사이의 담을 무너뜨리고 하나 되게 노력하며 원수 된 것을 서로 해소시키는 일은 단순히 자연의 차원이나 인간의 이차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삼차원에서 본 세계 인류의 문제라 하겠다. 화해는 무사주의나 안정을 위한 타협이 아니다. 실리를 위한 정치적 협상이 아니다. 서로 이해하도록 손잡고 한 피로 이어진 동족을 사랑하고 존중함으로써 이루는 자기 희생을 통한 화목이다. 정복과 굴복, 승리와 패전에 의한 평화가 아니다. 전쟁의 방식이 아니라 비무력의 방법으로 성취되는 법과 정의, 평등과 사랑에 남북이 머리를 숙이고 손잡는 겸허한 동족 정신의 승리다. 화해란 하나 되게 하는 사랑의 투쟁이다.

세계 평화의 질서를 위한 파괴의 권세와 구조 악에 대한 투쟁이다. 남북 통일이나 동서 공존이나 자유와 공산, 민주와 독재보다 더한 양극의 세계가 역사 주관자의 통치 아래 평화 공존하는 세계의 비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와 통일에 관계되는 부서의 개각을 단행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임종석 외교안보 특보 등 남북 관계를 이끌 최상의 팀이 조직됐다고 본다, 현실은 비판적이라고 할지라도 온 국민이 이사야가 본 평화 통일을 바라보자. 그리고 총력을 기울이자. 코로나19로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이 세계 일등 국가와 국민으로 등극됐다. 온 세계가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종말론적 역사에서 오직 화해의 신념으로 꾸준한 인내와 노력으로 조국의 앞날과 세계의 장래를 기대해 보자. 수난의 조국에 십자가를 지고 들어가 화해의 노력이 승리하는 날, 조국의 통일도 세계 평화도 이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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