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유치 결정을 환영하며
2020년 08월 06일(목) 00:00

김종일 광주전남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유엔은 사무국을 비롯한 주요 기관, 위원회, 전문기구, 국제협약기구 별로 크고 작은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통상 국제회의는 유엔 총회처럼 매년 개최하기도 하고, 격년 또는 일정 기간마다 열리기도 하는데, 참가국과 참가단 규모는 회의의 성격과 중요도에 따라 달라진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되었던 유엔 환경개발회의(지구 정상회의 또는 리우 회의)에는 185개국 정부 대표단, 114개국 정상 및 정부 수반, 민간단체, 언론 등을 포함해 2만여 명 이상이 참가해 당시까지 가장 큰 규모의 국제회의로 꼽혔다.

지난주 정부는 2023년에 개최될 예정인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국내 유치를 승인했다. 이 당사국 총회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당사국과 유엔 기관 및 기구, 옵서버(지방 정부, 기업, 민간단체, 언론) 등이 참가하는 국제회의로 참가자 규모가 2만여 명 이상에 달한다. 우리나라 유치가 결정된다면 가장 큰 규모의 국제회의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 총회(2011년 창원)와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2014년 평창)에 이어 유엔 3대 환경 협약 회의를 모두 개최한 국가로 남게 된다.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일찌감치 남해안 남중권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COP28 유치를 선언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중앙 정부의 정책 결정으로 유치의 1단계 관문은 통과했다. 2단계 관문은 우리나라 유치가 확정되는 것이다. 당사국 총회는 5개 대륙 권역별로 순회하여 열리는데, 오는 2023년은 아시아·태평양 권역 국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그동안 아·태 권역에서는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카타르, 피지가 개최권을 확보한 바 있다. 권역 내에서도 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태평양 등 소지역별로 순환되어 왔음을 볼 때 이번에는 동아시아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중국 등이 아직 개최 의향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2012년 제18차 당사국 총회(COP18)를 카타르에 양보한 적이 있어 우리나라가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복수의 국가가 유치 의향을 보일 경우 아·태권 국가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외교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세계적인 기후 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선도적인 온실 가스 감축 의지, 당사국 총회 의장 국가로서의 리더십과 협상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 지방 정부가 해야 할 큰 역할은 없다. 국내 유치 도시간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결국 성패의 관건이다.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 남중권은 국제회의장, 호텔, 접근성 등 국제회의 인프라 측면에서 서울, 부산, 인천 등 타 도시에 비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남해안 남중권의 광역 협력에 의한 동서 화합과 균형 발전, 여수 세계박람회의 정신 계승, 지방 정부와 산업계의 참여·협력을 통한 온실 가스 감축, 시민사회의 강력한 유치 의지 등과 같은 논리를 가지고 중앙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해 온실 가스 감축 및 에너지 전환 등의 경험과 성과, 정책 비전과 실행 계획 등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회의 유치 도시로서 그린 뉴딜, 블루 이코노미를 뛰어 넘는 대전환의 구상과 선언이 필요하다. 국제회의 인프라 확충, 성공적 유치 및 개최 전략, 시민 교육 및 홍보 등의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전남도는 최근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입지 선정에서 지방에 불리한 평가 기준 때문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당연히 정치적 측면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구 30만의 소도시가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를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을 기적이라 했다. 남해안 남중권은 이제 또 다른 도전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다행히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유치를 준비할 1년의 시간을 벌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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