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의 나무 심기
2020년 08월 05일(수) 00:00

박영길 영암 국유림관리소장

최근 집중 호우로 전국에 산사태 등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산사태는 물 빠짐 등 지형이나 토질의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주변 나무들이 참나무류와 같은 심근성 수종들이 많은 지역보다는 뿌리가 얕게 뻗는 천근성 수종들이 있는 곳에 많이 발생하게 된다.

산에 나무 심는 방법 중에 어린 묘목을 심는 대신 종자를 직접 심는 방법도 있다. 바로 직파(直播) 조림이다. 산에 직접 종자를 심어 자연 발아를 유도하게 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1~4년이 걸리는 묘목을 키우는 시간을 줄여 양묘에 따르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무거운 묘목을 현장까지 옮겨 심어야 하는 비용도 많이 절감된다. 특히 흙이 적고 돌이 많은 석력 지대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양묘된 묘목을 심어 활착시키기가 쉽지 않지만 직파 조림은 이런 험준한 곳에서도 활착이 잘되니 일석삼조의 조림 방법이다. 직파 조림은 황폐한 북한의 산림 복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직파 조림이 성공한 조림지는 많지 않다. 직파 조림에 복병이 하나 있으니 바로 다람쥐다. 다람쥐들은 조림 예정지 작업을 마치고 직파 조림을 한 곳을 찾아내 흙을 파헤치고 도토리 종자를 입에 가득 볼이 터져라 물고 자기들만의 비밀 창고로 옮겨 놓곤 한다.

다람쥐 피해를 막기 위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기도 한다. 파종지에 종자를 한 개만 넣지 않고 3∼5개의 도토리를 일정 간격으로 묻기도 하고 다람쥐가 싫어하는 화학 약품을 종자에 바르거나 조림된 도토리를 보호하려고 페트병이나 막걸리병을 잘라 씌우기도 한다. 또 플라스틱 파이프를 박거나 그물망을 만들어 조림 종자를 보호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지만 직파 조림 후 며칠 후에 가보면 페트병이나 막걸리병은 바람에 날려가 오히려 주우러 다니기 바쁘고 고약한 냄새를 내는 화학 약품 처리 종자는 며칠만에 냄새가 없어지고 만다.

플라스틱 파이프나 그물망은 영리한 다람쥐가 주변 흙을 파헤치고 들어가 종자를 훔쳐 간다. 오히려 이런 표시들이 도토리 위치를 알려 주는 역할을 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이런 영리한 다람쥐도 단점이 하나 있으니 기억력이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다. 영리하게도 다양한 방법으로 훔쳐온 도토리를 분산 투자하여 저장해 놓고는 그 위치를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겨우내 일부 기억하는 종자는 다람쥐가 식량으로 먹고 기억하지 못하는 곳에 저장한 도토리는 인간과 다람쥐의 의도와 다른 전혀 다른 곳에서 싹을 틔우고 나무가 자라나서 숲을 이루게 된다. 이렇게 나무 심는 다람쥐도 산림 생태계의 일부가 된다.

코로나19로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신종 감염병의 발생 원인은 자연 생태계의 파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지구 온난화 등 급격한 자연 생태계의 변화가 새로운 질병과 집중 호우와 같은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자연 생태계의 파괴는 도심권 주변에 매미나방이나 꽃매미 등이 대량 출몰하여 인간에게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한쪽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대형 산불이 나기도 하고 다른 쪽에서는 집중 호우가 계속되어 물난리를 초래하는 이상 기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인류 문명의 앞에는 숲이 있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따른다”는 유명한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자연환경과 산림 보호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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